[미디어펜=손혜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전향 여부'를 질의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일제히 맹폭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통합당의 방어 태세가 취해지지 않거나 늦은감이 있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2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태 의원을 향해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공격에 가세해 '징계 조치'를 요구하자 통합당은 이날 오후 3시가 돼서야 배현진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이 하나 나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던 본회의 중 취재진과 만나서야 "무슨 색깔론이고 극우화되는 것이냐"고 민주당 반응에 비판을 가했다.
앞서 태 의원은 23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출신인 이 후보자에게 "어떻게 언제 사상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고 사상전향 여부와 시점을 질의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전향은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간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사상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아직 남쪽 민주주의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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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호 통합당 의원./사진=연합뉴스 |
민주당은 태 의원과 이 후보자 간의 청문회 공방전 이후 말 그대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태 의원을 향해 맹폭을 가했다.
"구시대적 사상검증"(고영인), "우리 사회의 금기어, 빨갱이·사상전향이 그것"(윤건영), "무차별적 사상검증, 철 지난 색깔론과 사상전향 운운으로 퇴행적 행동"(전해철), "색깔론은 불치병 수준"(박광온)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급기야 탈북민 출신인 태 의원을 향해 "변절자"라는 발언도 나왔다. 문정복 의원은 SNS에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문 의원의 "변절자" 발언은 과거 임수경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북 대학생을 향해 "변절자"라고 폭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상황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태 의원에 대한 맹폭에도 불구하고 통합당 측은 당 소속 동료 의원에 대한 지원 사격에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이 개별 의원과 공식 논평, 지도부 발언을 통해 맹렬한 폭격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이에 준하는 통합당의 반응은 24일 오전까지도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이 후보자 검증에 함께 나섰던 김기현 통합당 의원이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히려 여당에서 북에서 온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이냐, 저는 굉장히 불쾌했다"고 분노를 표한 정도만이 눈에 띄고 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 경우 전대협 제1기 의장을 하셨던 분이고, 전대협이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 '주사파들이다'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 국민들 상식"이라며 "아니면 아니라고 하시면 될 일인데 그걸 가지고 굉장하게 막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여당이 공격하시는 걸 보고서 너무 민감하다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또 김 의원은 이 후보자가 대한민국을 '남쪽'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이 공식논평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남쪽 정부"라고 지칭했다가 "도대체 어느나라 국민이냐"는 지탄을 받았던 상황과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옹호 사격 이외, 이날 오후 3시 배현진 원내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이 나오기 전까지 통합당에서는 이렇다 할 즉각적인 논평이나 개별적 지원 글이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진보 진영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문정복, 이 사람 왜 이러나. NL인가? 아직도 '변절'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을 하시면 곤란하다"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사상검증"이라며 "그 대상자가 친북활동의 전력이 있었다면 더욱더 그러하다"고 태 의원을 옹호했다. 홍 의원은 "색깔론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공격"이라며 "색깔론을 들이대면서 본질을 피해가는 것은 참으로 뻔뻔한 대응"이라고 일갈했다.
통합당의 다소 미진해보이는 반응에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디어펜'에 "통합당이 중도층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판에 이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에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통합당의 신속하지 못한 대응에 "답답하다"는 심경은 토로하면서도 "이 후보자의 발언과 문 의원의 '변절자 발악'은 태 의원 개인을 넘어 탈북민 전체에 대한 차별이자 명백한 혐오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민주당 쪽이 그토록 주장하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1호로 처벌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탈북이 변절이라니, 도대체 이들의 나라가 대한민국인지 조선인지 궁금하다"고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미디어펜'에 통합당 반응의 수위가 다소 낮아보인다는 의혹에 대해 "미진하지 않다. 양적으로 여러 분들이 말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변절자' 운운하며 실언한 문 의원에 대해 윤리위원회 회부 결정 입장을 정확히 밝히고 공식 논평을 통해 문제를 지적했다"며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당연히 '국가관', '통일관', '대북관'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를 '사상검증', 또는 '색깔론'이라고 하는 것은 여권에서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배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향해 도가 지나친 발언을 한 문정복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회부할 것"이라며 "여권의 공세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자는 세간에 주체사상파라고 일컬어지는 전대협 의장 출신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타당한 인물 검증을 두고 동료의원을 '변절자'라고 비난한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대체 누구로부터의 변절에 분노했나.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도 '미디어펜'에 "통합당의 반응이 미진하다기보다는 그쪽 반응이 격앙되고 과한 것"이라며 "태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응당 할 수 있는 질문에 과민 반응을 보인 것에 유감스럽고 잘못된 행위를 지적한 것이 적정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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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3일 태영호 의원을 향해 '변절자'라고 한 문정복 민주당 의원에 일침을 가했다./사진=진 전 교수 페이스북 |
배 대변인은 "통합당이 수세적인 국면이어서가 아니라 '아픈 곳을 찔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식 발언이 아직 나오지 않는 부분에 대해 배 대변인은 "과거 얘기가 나오는데 그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통합당이 충분한 대응을 한 것이고 민주당이 이해할 수 없는 과잉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 전 태 의원을 향해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 등의 표현을 쓰며 태 의원 지역구 출마를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한편,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미디어펜'에 "'변절자'라고 발언한 부분에서 이미 사상이 드러난 것이나 진배없다"라고 했으며 정경희 의원은 "지구상에서 다른 데는 공산주의 다 포기해서 색깔론이 필요없을지 몰라도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되려면 당연히 우리 '자유진영'에 서있는지 검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즉답은 피하면서 도리어 상대방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공격하는 식으로 나오는 태도는 곤란하다"고 날을 세웠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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