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서로를 향해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은 연일 통합당과 공조할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통합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듯 아닌 듯 다소 알쏭달쏭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수도권 유충 사태, 법무부의 '윤석열 탄압' 의혹 등 정부여당의 악재가 쏟아지자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밀월 관계'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또한 판이 커지고 있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양당 통합의 적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일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공동 제출하는 등 연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3일에도 '윤석열 검찰총장 탄압금지 결의안'을 함게 내놓으며 보조를 맞췄다. 다만 탄핵소추안은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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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지난 21일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통합당과 굳이 (손을) 못 잡을 이유는 없다고 보인다"며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책 방향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 활발하게 정책 공조와 연대가 논의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와 같이 통합당을 향한 국민의당의 러브콜은 총선 전과 직후의 시점으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총선 전 "(지역구 무공천) 결정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사실상의 야권 연대를 시사했었다. 또 총선 직후에도 안 대표는 혁신준비위원회를 본격 가동시키며 통합당 등 야권 측에 '합동 총산평가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달 5일부터는 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 20여명이 공동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을 만들어 여당에 맞서기 위한 당 차원의 연대와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아울러 양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전 정책연대 출범을 조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권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정책에 대해 국민의당이 37개 정책과제를 선정했고 그 과제를 통합당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 못잡을 이유 없다'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화답하듯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안 대표로의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당이나 우리 당이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리하도록 하는 상황은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당이 서로 '당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와 관련해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 자체에 "생각해 본 적도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통합당도 양당의 정책연대 출범과 관련해 지난 16일 "현재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정책연대를 위한 협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정 및 내용 등 구체적 사안은 협의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입장문을 낸 바 있다.
통합당의 한 중진의원은 '미디어펜'에 "안 대표 본인이 총선 전과 직후, 정책 연대 공조 등 총 세 번에 걸쳐 먼저 말을 꺼내놓고 이쪽이 화답하면 또 '아니다'라는 식으로 나온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진의원은 "합당은 어쨌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당의 연대가 반드시 합당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합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들 '그렇다'이지만, 그 형식이 '합당'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도 '미디어펜'에 "정책 연대는 분명히 야권에서 필요한 움직임"이라면서도 양당의 합당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선거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해 가능성 여부에 대해 열어두지도 닫아두지도 않았다.
그러나 양당의 밀고 당기기와 상호 입장을 가늠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CBS 라디오에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통합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도 재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야권은 국민의 뜻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혁신에 대해서 국민의 판단을 받고 '국민이 됐다, 이 정도면 신뢰할 수 있다'라고 할 때 정치적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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