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주제 전환 '행정수도 이전' 논의...도리어 통합당 내부 혼선?
주호영 내부단속에도...당 안팎에선 이미 세종시 논의 뛰어드는 판국
당내에선 "민주당이 던져놓은 그물망에 왜 놀아나나" 비판 목소리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부동산 정책 실패로 성난 민심이 들끓자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주제를 전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불을 지핀 세종시 화두에 도리어 미래통합당이 내부 이견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통합당의 '우왕좌왕' 모습을 두고 일각에선 "민주당 프레임에 놀아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행정수도 공론화 이후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시키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통합당의 참여도 촉구하며 '찬반 논쟁'으로 국면을 전환, 공을 야권에 넘기기에 이르렀다.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당 의원들을 향해 '행정수도 이전' 논의와 관련, 개별 의견 자제를 당부했지만 당내에서 점화된 이슈는 쉽게 사드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사진=미래통합당
이와 같이 민주당이 불을 지핀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통합당의 첫 반응은 '위헌'과 '부동산 정책 실패 혹세무민용'이라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당내외를 막론하고 의원 또는 유력 인사들의 개별 의견이 표출되면서 부동산에 집중하던 당력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분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평소 당 지도부와 다소 엇박 목소리를 제기해왔던 장제원 의원이 가장 먼저 "우리 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로 일관하고 일축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면 결국 손해보는 쪽은 우리"라고 당 기조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충청권 지역구인 5선의 정진석 의원이 균형발전 대의와 국회 개헌을 포함한 행정수도 이전 공론화에 찬성 의사를 표하며 통일된 당론이 흔들렸다.

정 의원을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과 대권 유력 인사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통합당 세종시당협위원장까지 논의에 가세했다. 김 위원장은 여권의 '꼼수'를 의심하면서도 "국민의 관심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수도권보다는 지방 표심이 집중된 통합당에서는 충청권 지역구가 아니더라도 세종시 수도이전에 내심 반색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영남권의 한 통합당 의원은 '미디어펜'에 "세종시로 옮기면 더 가까워져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이슈 전환용에 견제구를 날리며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다른 의견 표명은 자제해줘야 한다"고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내에서 이미 점화된 세종시 이슈는 쉽께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국면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마주하게 될 수도이전 논의를 당장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당내에선 "수도이전 논쟁 자체에 찬반을 표시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그 자체로 이미 여당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 이후 통합당 회의실 배경 문구는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로 변경됐다./사진=미래통합당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민주당이 부동산 실책을 면피하기 위해 주제 전환을 해버렸는데 새 주제에 대해 찬반논쟁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며 "'수도이전은 좋은데 왜 지금인가'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한 당 지도부가 '위헌'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헌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이 문제가 쟁점화되는 순간 또 다른 프레임에 통합당이 먹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도 '미디어펜'에 "관습헌법이라는 개념과 주장은 다소 빈약한 구석이 있다"며 "위헌 판결에 대해 설득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남권의 한 통합당 중진의원도 '미디어펜'에 "국토 및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원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다만 집권여당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자 던진 정치적 사안을 놓고, 우리 당이 정부여당이 던진 그물에 놀아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개별 의견 표출에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미디어펜'은 당의 메시지 통제력 상실 지적에 대해 당직자에 질의했지만 묵묵부답이거나 "통합당은 정부여당의 이중성을 지적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는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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