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임대차법 단독 의결 앞서 5분 비판 발언 '레전드 영상' 주목
윤희숙 "4년 뒤부터는 꼼짝없이 월세살이...민주당 역사의 죄인"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천만 전세인구 인생 고통스럽게 하는가"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발언'이 최근 보기 드문 명연설이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3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임대차법 단독 처리 의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5분 동안 비판 발언을 진행했다. 해당 발언은 뒤늦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른바 '사이다 연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운을 뗀 뒤 "저는 지난 4월 이사했는데, 2년 후 집주인이 비워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항상 달고 있다. 그런 제가 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규정을 보고 마음을 놓았을까, 그렇지 않다. 머릿속에 든 생각은 4년 뒤부터는 꼼짝없이 월세 살아야겠구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5분 자유 발언'이 화제를 몰고 있다.

그러면서 "임대시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전체적으로 상생하는 시장"이라며 "임대인의 부담을 늘려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임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결국 임차인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임차인 보호에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부담으로, 즉 임대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직도 전세 선호가 많은 상황에서 큰 혼란과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1990년 임대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법이 통과됐을 때, 1989년 말부터 전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전년대비 30%, 1990년에는 24%가 올랐다"며 "이번에는 임대료 인상도 5% 이하로 묶었으니 임대인이 뭘 할 수 있겠냐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아들이나 딸한테 들어와 살라고 하거나 월세로 돌릴 것이다. 이 중 무엇이 예측 불가한가"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윤 의원은 상임위 소위 축조심의도 없이 민주당이 임대차법을 '졸속 처리'한 점을 질타하며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 고가 전세의 부자 임차인까지도 보호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지, 근로소득 없이 임대로 생계를 꾸리는 고령 임대인은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등을 같이 논의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윤 의원은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노력도 없이 1000만 전세인구의 인생을 고통스럽게 하는가"라며 "이 법을 대표발의한 의원들, 소위 축조심의 없이 입법과정을 졸속으로 만들어버린 민주당 모두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역사에서, 민생정책과 한국경제 역사에서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의원의 해당 연설은 '단 5분으로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어낸 윤희숙 의원의 발언', '임대차 3법 관련 레전드 영상(윤희숙 의원)', '전세 사는 국회의원이 말하는 '임대차 3법', '윤희숙 통합당 의원 부동산 사이다 발언' 등의 제목으로 각종 유튜브 계정에 소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중 한 영상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8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국토부 장관이 되어야 할 분", "간략하면서도 임팩트 있다, 사이다 발언", "진짜 시원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윤 의원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황보승희 통합당 의원도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의원 발언에 전율이 느껴진다"며 동료 의원에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한편,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지낸 통합당의 대표적 '경제통'이다. 현재 당내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경제혁신특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하는 윤 의원의 '5분 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그리고 동료 선배 의원 여러분 저는 서초갑 윤희숙 의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늘 표결된 주택 임대차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입니다.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

임대 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입니다.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합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여러분이 모두 다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된 것입니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 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입니다.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100번 양보해서 그렇다 칩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겁니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