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사이에서 제기된 장외투쟁, 초선 관심·호응도 낮았다?
장외 병행 가능성 열어뒀지만..."SNS 국민 홍보전 고심 중"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의석수 열세로 궁지에 몰린 미래통합당이 거여 독주에 맞서 '장외투쟁'을 고심하다 결국 원내투쟁에 주력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류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나 일각에선 초선들의 호응도가 낮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달 3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전날(29일) 중진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장외투쟁 병행론을 보류하고 국회 안에서의 투쟁을 강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위원장의 만류로 당내에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말자는 의견이 더 강했다"고 전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그러면서도 통합당은 장외투쟁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은 견지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장내외투쟁 병행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쉽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중론을 택한 통합당의 결정에는 김 위원장 등 지도부의 제동뿐만 아니라 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들의 관심·호응도가 낮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합당의 한 비례 초선 의원은 '미디어펜'에 장외투쟁과 관련,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으며 영남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또 다른 초선 의원들도 '미디어펜'에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통합당에서 초선들에 의해 중진들의 의견이 무력화되거나 당론이 결정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합당의 또 다른 비례 초선 의원은 '미디어펜'에 "당초 원 구성을 놓고도 원내대표 및 중진은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제기했으나 초선의 반대 기조로 무산된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도 '미디어펜'에 대여 투쟁 방식을 놓고 "'의원직 총사퇴'라도 걸어야 한다는 게 중진들 사이에서 오간 내용이었지만 이제 막 뱃지를 단 초선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도 '미디어펜'에 "초선이 너무 많아 당의 화력이 떨어지는 게 현재 통합당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외투쟁' 카드와 관련해선, '황교안 체제'의 장외투쟁이 총선 승리를 견인하지 못한 데다 단식·삭발·광장 연설 집회 등의 방식으로는 여론적 비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인식이 초선·중진을 막론하고 당내에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비례 초선 의원은 '미디어펜'에 "SNS 홍보전으로 가야 한다"며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머리를 맞대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회 회군' 명분도 통합당의 고민으로 작용했다. 통합당이 장내외 병행을 강조했지만 장외로 나가는 순간, '입법 독주'를 '일하는 여당'으로, '야당의 저항'을 '일하지 않는 야당'으로 프레임을 덧씌울 더불어민주당의 태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에 "지금의 통합당은 계속 당하고 깨지는 모습을 보여 연민의식과 대여 국민적 분노를 쌓아놓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미디어펜'에 "한국 사람들은 유독 피해자에 대한 동정, 연민 의식이 강한 편"이라며 "야당이 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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