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전국 몸살, 정치권은 4대강 사업으로 날선 공방
"자신 있으면 4대강 보 파괴하고 결과에 책임지시라"
"4대강 홍수예방 효과 없다" vs "8~9년간 효과 봤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최근 기록적인 기습 폭우로 인명피해가 잇따르며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정치권에선 '4대강 사업' 논쟁이 소환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측은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는 입장이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선 '섬진강이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 폭우 피해가 커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출신 송석준 통합당 의원은 11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가뭄 시에는 보를 통해서 물을 가뒀다가 활용하고 특히 이번 같은 대홍수 시에는 그런 큰 물그릇을 활용해서 주변에 범람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한강 주변에 엄청난 폭우가 왔지만 주변에 과거 상습 침수 지역인 여주시 같은 경우에는 아주 안전한 그런 것을 유지했었고 한강 주변에도 피해가 최소화됐다"고 효과를 강조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역임,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에선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진석 통합당 의원도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라며 "4대강 사업을 지류·지천으로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해 경남 하동군 두곡마을 일대 잠긴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어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순간까지도 4대강 보를 때려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정 의원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에 있는 금강에서는 보 해체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4대강 보 철거 저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통합당 출신 권성동 무소속 의원도 지난 10일 '4대강 사업'을 거론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가뭄과 홍수 예방에 자신있으면 지금 즉시 4대강 보를 파괴하고 결과에 책임지라"며 "그게 쓸데 없는 논쟁을 종식하는 길"이라고 정부여당을 도발했다.

이와 같이 야권에서 4대강 보 해체에 따른 수해 책임론을 제기하자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서는 4대강 사업의 무익론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송석준 의원과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에 통합당에서 4대강 사업의 효용성이라고 하는 것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 일종의 통합당의 트라우마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지난 10일에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둑이 붕괴됐다는 기사를 게재하며 "미래통합당은 낙동강 둑이 무너졌으니 뻘쭘하겠다"고 비꼬았다.

'핵심 친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며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현 정부여당을 겨냥해 주목을 받았던 이른바 '진보' 진영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낙동강 터지고 영산강 터졌다. 4대강의 홍수예방 효과가 없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며 여권의 방어를 거들었다.

그러나 전문가 측은 '낙동강' 제방이 무너진 것은 4대강 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환경문제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석순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낙동강 제방이 터진 걸 보고 보 때문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 제방이 터진 건 합천댐 물을 방류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내려오는 한강물 때문에 낙동강 물이 배수가 안 돼서 수위가 올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 원인이 될 수 있는 건, 둑이 터진 걸 보면 범람을 한 게 아니라 물이 흘러가지 못해 터진 건데 설계가 잘못됐을 수 있다"며 "보 때문이라는 건 말도 안 되고 만약 그렇다면 보 관리 및 운영자의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수질을 개선하고 수량을 조절해 홍수 피해를 방지하는 이론이고 2012년 완공된 이래 실제 8~9년 동안 효과를 보고 있다"며 "보를 열면 녹조가 안 생긴다더니 열어놓고 봤을 때 물이 더워지니 녹조가 더 생기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보를 열고나니 수질이 더 나빠졌는데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반면 박창근 가톨릭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에 있어 편익은 '제로'라고 혹평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든 안 하든 범람과는 이번 제방 유실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홍수 예방사업을 했다 그러는데 정확하게는 편익이 제로다.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