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21대 총선 참패로 '난파선'의 키를 쥐게 돼 다사다난했던 3개월을 보냈지만, '지지율 역전'으로 그의 리더십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주 원내대표는 '개헌 저지선' 이외에는 사실상 견제력을 상실한 당 상황에서 원내대표직을 맡게 됐다. 전무후무한 악조건 속에서 총선 참패 수습과 대여 투쟁 및 협상을 이끌어내야 했던 주 원내대표는 처음 당내 정비에 돌입했을 때만 해도 나쁘지 않은 출발선상에 서있었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과 자매정당 미래한국당과의 합당도 순탄하게 성사시키며 대여 투쟁 전열을 가다듬었다. 주 원내대표 스스로도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매듭지은 점을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앞서 '심재철 원내대표 체제'에선 자강론을 주장한 내부 인사들의 반발로 김 위원장의 영입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다. 또 주 원내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을 신속하게 마무리한 점도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
|
|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내대표로서의 소명에 대해 "무기력과 패배주의에 낙담하지 않고 책임있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사진=미래통합당 |
아울러 그는 국회 개원 전 당대표급 인사로는 4년만에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중도로의 확장을 모색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았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거대의석수 앞에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개원부터 원 구성 협상까지 슈퍼여당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닌 것이다.
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야당 몫 법사위원장까지 가져가는 등 모든 상임위원장직마저 여당 독단으로 선출하자 주 원내대표는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 9일간 전국 사찰 잠행에 들어갔다.
당의 만류로 재신임을 받은 주 원내대표는 야당 몫 7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하는 초강수를 던지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부동산 관련 입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후속 입법 등을 독단으로 강행하면서 야당의 견제권력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이에 통합당 내부에선 장외투쟁론까지 거론됐으나 주 원내대표는 원내에서 투쟁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펜'에 "주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초선에 끌려다니는 경향이 다소 있다"고 볼멘소리를 토로하기도 했다.
|
|
|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13일 전북 남원 수해 현장에서 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 당원 등 300여명과 함께 수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이날 4년만에 '지지율 역전 성적표'를 받은 주 원내대표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무거운 책임감"이라고 말했다./사진=미래통합당 |
그러나 지난 1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지율 역전 성적표'에 당 안팎에선 "주 원내대표의 정치적 판단이 빛났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미디어펜'에 "주 원내대표가 한국당과 합당할 때만 해도 리더십을 발휘했는데 원 구성 때는 협상력이 다소 부족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나름 잘 이끌어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도 '미디어펜'에 "103석이라는 전무후무한 악조건 속에서 대국민적 메시지가 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그나마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중진이라면 반드시 꿈꾸는 상임위원장 욕망을 모두 내려놓게 하고 심지어 국회부의장 선출까지 거부한 것은 대단히 잘한 일"이라며 "만약 상임위원장 나눠먹기를 했다면 21대 국회에서 '야당 탓'을 면치 못했을 것이며 무소불위의 입법독주가 이어졌더라도 지금과 같은 지지율 역전은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미디어펜'에 "실제로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을 잘했다 못했다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을 만큼 야당 역할이 다 박탈당한 상황이었다"면서도 "그러나 100일동안 (주 원내대표의) 정치적 판단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맞아야할 땐 맞아야 하는데 주 원내대표가 '윤석열 효과'와 똑같이 '맞는 모습'을 보여준 건 정치적 감각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대여당이 때릴 때 장외로 나갔으면 '약자 이미지'보다 여당과 똑같은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는데 장외로 나서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더 처절하게 맞으면서 원내에서 투쟁하면 지지율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미디어펜'에 "(주 원내대표가) 실수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당을 잘 관리했고 여당으로부터 모진 수모와 모욕을 당했을 때 장외집회, 농성의 유혹을 잘 이겨냈다"며 "당의 비호감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해서 박수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 소장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대안야당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며 "중요한 건 당과 구성원이 실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