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로 소액투자 길 열려…고객 쟁탈전 '점입가경'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비트코인(암호화폐)은 너무 위험하고 국내 주식은 좀 답답하죠. 해외주식 투자가 지금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에 딱 맞지 않나 싶어요. 국제경제 문제에 관심도 더 많아지고요.” (30대 해외주식 투자자 A씨)

직장인 A씨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1년 내내 구독하는 ‘열혈 회원’이다. 얼마 전부터는 넷플릭스 주식에 직접 투자를 시작해 ‘주주’로 거듭났다. 넷플릭스 드라마만큼이나 주가 추이를 지켜보는 게 재밌어졌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 기준으로 새벽에 마감된 미국 나스닥 시장과 넷플릭스 주가 변화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 사진=연합뉴스


2030세대 사이에서 투자의 룰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기에는 종자돈이 부족하고, 적금을 넣고 있자니 이자율이 너무 낮다. 수년 전 광풍처럼 불어 닥쳤던 암호화폐 투자열풍은, 거기에 실제로 동참하지 않았더라도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후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재테크의 새 길이 열린 것이다. 이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투자에 서투르다는 인식을 줬던 ‘개인 투자자’라는 단어의 이미지 자체를 바꿔놓으면서 매우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나스닥 상장 ‘기술주’들이 이들의 주된 투자대상이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8월 31일~9월 4일)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순매수 규모는 3억5379만달러(약 4201억원)를 기록했다. 이 기간의 투자 추이가 중요한 이유는 1~3일 사이 테슬라 주가가 무려 18% 넘게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미들은 이 기간 3969만달러어치를 쓸어 담았다. 이들은 지난주 3% 하락한 애플 주식도 1억 9240만달러어치를 담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서학개미’라고도 부른다. 최근의 해외주식 투자 활성화의 수훈갑은 ‘규제완화’였다. 금융당국은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의 해외주식 소수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자본시장법상 구분예탁 의무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미 지난 2018년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해외주식을 소수점 두 번째 자리(0.01)까지 쪼개 사는 '해외주식 소수점 단위 매매 서비스'를 선보인바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미니스탁'에서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들 서비스를 통하면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했던 해외주식을 별도의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주문해 소수 여섯 번째 자리까지 나눠 매매가 가능하다. 2030세대가 주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해외주식들에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는 이유다. 

대형사인 미래에셋대우도 올해 안에 모바일로 소수점 이하 단위로 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주식 투자의 ‘판’이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 투자를 시작한 젊은 투자자들은 정보습득에 매우 빠르고 시장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마트 개미들’”이라면서 “증권사 차원에서는 수수료수익이라는 단기 목적도 있지만 장기적 고객확보라는 측면에서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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