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또다른 무고한 피해자 무차별 양산
   
▲ 정치사회부 김규태 기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개인들의 신상을 공개해온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 성범죄자로 꼽히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을 비롯해 탈북민 여성을 장기간 성폭행한 혐의가 불거진 경찰간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 등의 개인 신상정보가 디지털교도소에 나와있지만 신상공개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교도소의 폐해가 논란이 된 지점은 지인능욕(지인 얼굴에 음란사진을 합성해 온라인 공유하는 행위) 범죄를 저지렀다는 의혹을 받아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대학생 정모(20)씨 사례가 세간에 알려지면서부터다.

특히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교수 등 디지털교도소에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개인으로 지목되어, 형사사법체계를 정면으로 무시한 '사적 응징'의 피해자가 된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디지털교도소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에 따르면, 채정호 교수는 성착취 관련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무고하게 인격적 살인을 당한 경우다.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자료 중 채 교수 변호인단이 밝혀낸 허위증거는 대화 캡처화면 조작과 포토샵 흔적, 폰 기종이 다르다는 점 등 무수히 많다.

법조계는 디지털교도소가 명백하게 불법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 행위이고, 굉장히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여러 조건에 부합하면 신상공개위원회가 열려 해당 개인의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또한 이와 관련해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질의응답에서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디지털교도소는 사적 처벌을 하는 것이고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이다. 시정명령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형벌 조항까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텔레그램 공개방에서 '범죄자로 지목되었지만 무고하다'는 개인들에 대해 '그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억울하면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반박문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성착취 동영상 제작 및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사진=연합뉴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서버는 해외에 있고 운영자는 여러 명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디지털교도소는 8일 오전 10시 30분경부터 폐쇄됐고, 9일 오전 현재에도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디지털교도소는 '죄에 대한 처벌은 국가에 맡겨야 한다'는 법치국가의 기본 전제를 무너뜨린 사례다. 억울한 사람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운영자의 반박문도 자신의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어떠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형사사법체계에 따른 처벌도 그렇다.

양형 기준이 부족하다는 명분 만으로 또 다른 무고한 피해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양산한 디지털교도소의 모순과 무책임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