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대통령이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정운영을 담당할 고위직 인사에 여론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올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발표를 들으면서 국민들은 어떤 메시지를 들었던가,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추 장관 임명은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첫날인 1월 2일 오전7시에 이뤄졌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지 80일만이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새해 첫 업무라며 추 장관 임명 소식을 밝혀 검찰개혁 박차 의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일부 국민들은 추 장관 임명 소식에 청와대가 강조하고 싶어했던 검찰개혁 메시지와 달리 대통령의 인사권이 정공법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셀프 청문회’를 할 정도로 딸 입시 특혜 의혹에다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감찰 무마 의혹까지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그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수사를 받게 되자 문 대통령은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물러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의 특검 수사팀장 출신인 윤 총장은 그가 스스로 했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되는 평가 그대로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물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 연루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한 ‘하명수사’와 ‘감찰 무마’라는 의혹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의 통제권을 벗어난 윤 총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윤석열 해임’이 아닌 ‘추미애 임명’이라는 카드로 압박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추 장관에 대한 임명이 정공법에서 벗어났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추 장관의 ‘강단’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 이면에 당대표 시절부터 구설에 자주 올랐던 원색적인 비난과 막말을 일삼는 행태 때문이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침소봉대하는 특유 화법이 국민들에게 이질감을 불러왔고, 고위공직자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와 있었다. 이 때문에 같은 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당시 추 대표가 화두에 오를 때면 점잖지 않은 표현들이 오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추 장관은 임명권자의 의지를 읽었는지 윤 총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 신년인사를 통해 윤 총장 측근들을 솎아냈고, 고위 간부뿐 아니라 중간 간부도 대거 물갈이해 윤 총장의 장악력을 약화시켰다. 조 전 장관을 비롯한 친여권 인사를 수사하는 담당자도 대거 교체됐다. 검찰 내 여권 성향인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고, 지난 7월에는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취해졌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지금까지 법조계에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 검찰총장이 이를 받아들이고 사퇴하는 수순이 관례처럼 있어져왔다. 하지만 윤 총장의 사퇴보다 먼저 드러난 것이 추 장관 측의 비리였다. 사실 추 장관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은 지난 8개월동안 검찰에서 지연되어온 사건이다. 추 장관이 9개월동안 장관직에 있는 동안 아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장만 3차례나 바뀌었다.

추 장관 아들의 의혹은 2017년 병가 미복귀, 병가 관련 군 서류 미비, 병가 미복귀 당시 추미애 당대표 보좌관 전화,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 압력, 용산 부대 배치 청탁 등 의혹이다. 의혹을 폭로한 증언자가 나오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진 다음인 9월 15일에서야 국방부와 충남 계룡대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처음 이뤄졌다.

그동안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추 장관에 대한 수사가 비로소 본격화한 지금 현 정부의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그의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검찰을 더 이상 ‘청와대 로펌’으로 비웃음사지 않기 위해서”라며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리 의혹에도 장관으로 취임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이를 비호하는 여권을 볼 때 개혁 구호만 필요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보복성 수사를 지적하면서 무리한 수사, 사실 확인보다 정적에게 망신 주기 수사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정권이 숨기고 싶어하는 사건, 정권이 보호하고 싶어하는 인물에 대한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추 장관 측 비리 의혹은 군인을 자식으로 둔 대다수 부모들이 전화 한통으로 자식의 병가를 연장시킬 수 없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사안의 위법성과 편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에게 분노와 좌절을 안긴 권력층 특혜 비리로 지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평등한 기회’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시대 교체를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에도 크게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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