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 대신한 2.5 터보 엔진이 변화 핵심
304마력 앞세워 진정한 스포츠 세단 등극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기아자동차의 모터스포츠DNA와 고성능 차량에 대한 열정으로 완성된 스팅어 마이스터는 대한민국 완성차 시장의 고성능 GT라는 기념비 적인 모델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다양성의 부족이다. 이미 수십여종의 차가 존재하는데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 많은 차들이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라는 한정된 차급에 국한돼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 /사진=미디어펜


국내 시장의 주된 판매 차급이 두가지 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환경과 고객의 니즈에도 브랜드를 상징성을 위해 단종위기에도 새롭게 등장하는 모델들이 있다. 

현대차의 벨로스터와 i30이 그랬고 기아차의 스팅어도 같은 맥락에서 고마운 차중 하나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그랜드 투어러(GT)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당당히 GT라는 이름을 내걸수 있는 모델이 바로 기아차 스팅어다. 기아차는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이름을 명명하고 있지만 스팅어는 GT라는 글자를 세기기에 손색이 없는 모델이다. 

GT는 이름 그대로 '장거리 주행'에 모자람이 없는, 넉넉한 성능과 실내공간까지 갖춘 차다. 탄탄한 주행성능은 물론, 장거리 주행에도 부담이 없는 묵직한 승차감
이 필수다.

이런 GT가 인기를 누리는 곳은 미국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한 도로 위에서 고성능 그랜드 투어러(GT)는 스포츠카가 해내지 못하는 영역을 아우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GT가 설 자리는 없었다. 영토자체가 그만한 도로도 없었고, 자동차 산업과 문화가 그만큼 성숙하지도 않았다. 고성능 스포츠카와 대배기량 고급 사이의 날카로운 경계선에서 GT는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기아차는 스팅어를 출시하고 새로운 퍼포먼스 세단이름을 내세워 시장공략에 나섰다. 

엔진 배기량과 등급, 가격을 따졌을 때 스팅어는 기아차 K7과 K9 사이에 자리한다. 수입차급으로 따지면 K8 정도의 이름으로 완성돼야 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스팅어만의 특색을 보존하기 위해 엠블럼부터 이름까지 기존의 K시리즈를 따라가는 것을 거부했다.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에 새롭게 적용된 2500cc 터보 엔진. /사진=미디어펜


더욱이 수식어 '퍼포먼스 세단'에서 볼 수 있듯 기존의 심심한 세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추구했다. 세련된 스타일과 넉넉한 공간 활용성, 탄탄한 서스펜션, 나아가 어디에 내놔도 모자람이 없는 엔진의 퍼포먼스, 이 모든 것이 기존과는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이 밖에도 2.0 가솔린 직분사 터보와 2.2 디젤도 부족함이 없는 성능으로 엔트리급 스팅어로 자리 잡았다.

스팅어는 후륜구동을 기본으로 네 바퀴 굴림 AWD(옵션)를 고를 수 있다. 전륜구동 일색인 기아차 제품군에서 플래그십세단 자리의 K9을 제외하면 유일한 후륜구동 모델이다.

후륜구동은 50:50에 가까운 앞뒤 무게 배분이 특징이다. 엔진과 구동장치가 모조리 앞쪽에 쏠린 전륜구동과 달리, 도로의 굴곡에 따라 뒷좌석 승객이 말 타듯 출렁이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팅어는 대부분의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처럼 어느 도로에서나 안정감 있게 달렸다. 데뷔 3년여 만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으로 거듭난 스팅어는 변화의 초점을 엔진에 뒀다.

출시 당시 △직렬 4기통 2.0 가솔린 터보 △2.2 디젤 터보 △V6 3.3 트윈 터보 등 3가지였던 엔진에서 디젤모델을 단종시켰고 기존 2.0 터보를 대신해 2.5 터보를 새로 얹었다. 최고봉인 V6 3.3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을 365마력에서 373마력으로 끌어올렸다.

2.5 터보 엔진은 2000년대 초 등장한 현대차의 세타 엔진을 기반으로 했다. 성능과 내구성이 검증된 직렬 4기통 2.0 직분사 엔진의 배기량을 확대해 2.5로 키우고 과급기를 더한 게 이번 스팅어의 엔트리급 심장이다.

가까스로 250마력을 넘어섰던 최고출력은 304마력까지 끌어올렸다. 고성능을 상징하는 '최고출력 300마력'을 넘어서면서 이제 진짜 GT라는 수식어 앞에 '고성능'까지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였다. 

V6 3.3 트윈 터보와 최고출력 차이가 110마력에 달했던 이전(2.0 터보)과 달리 기본 300마력 이상은 뽑아 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GT가 된 것이다. 이에 연비와 세금 측면에서 유리한 2.5 터보가 새롭게 스팅어를 대표할 수도 있게 됐다.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 /사진=미디어펜


새 모델은 부분변경 때마다 앞뒤 모습을 화끈하게 뜯어고치는 현대·기아차의 제품전략에서도 벗어났다. 모델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여줬던 기존 현대차그룹의 제품라인업의 디자인이 아닌 기존의 디자인을 지켜냈다. 오히려 이 모습을 뜯어고쳤다면 질타를 받았을지 모른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 역시 변화의 초점인 2.5 터보에 집중했다.

앞모습은 헤드램프의 주간주행등의 세부 형상을 바꾼 게 유일한 변화다. 뒷모습도 이전 실루엣을 유지한 채 후미등 내부 형상에 변화를 줬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를 빼닮았던 후미등은 좌우를 하나의 LED 램프로 연결해 기아차의 패밀리 룩에 합류했다.

차 길이는 아랫급 K7은 물론 중형세단 K5보다도 7.6cm가 짧다. 반대로 높이는 K5보다 4.5cm가 낮고, 너비는 무려 24cm나 넓어 한결 안정감 있다.

실내 역시 커다란 변화 없이 이전의 배치를 고수했다.

대시보드 중앙에 껑충하게 솟아올랐던 디스플레이를 걷어냈다. 그 자리에 10.25인치 가로형 모니터를 얹었다. 덕분에 이전보다 한결 안정감 있다.

출발은 놀라울 만큼 경쾌하다. 차고 넘치는 고성능을 맛보기 위해 회전수를 끝까지 올리지 않고 기존(6200rpm)보다 낮은5800rpm에서 여유롭게 최고출력 304마력을 뽑아낸다. 

이전보다 배기량과 최고출력이 크게 향상했음에도 앞뒤 균형은 여전히 좋아졌다. 이미 V6 3.3 트윈 터보까지 견딜 만큼 균형 잡힌 서스펜션 덕에 2.5 터보 엔진 역시 빼어난 조화를 이룬다.

특시 직렬4기통이라는 엔진의 이점을 살려 엔진이 운전석 안쪽으로 많이 가까워졌고 이른 변화가 차의 전체적인 밸런스에도 좋게 작용을 하는 듯하다. 가속과 감속, 차선 변경 등을 반복하는 상황이 지속될수록 스팅어 마이스터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 기아자동차의 스포티 DNA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팅어 마이스터. /사진=미디어펜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스팅어는 기아차의 K시리즈 세단 제품군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준대형 세단 K7과 대형 플래그십 K9 사이에 존재하는 세단을 위한 차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세단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불편한 차가 될수도 있다. 

하지만 가성비 좋은 고성능 GT를 찾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해답이 될 것이다. 

스팅어 마이스터 판매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플래티넘 3853만원 △마스터즈 4197만원이다. 마스터즈에서 선택가능한 GT 3.3 터보 패키지 가격은 446만원이다.(개별소비세 3.5% 기준) 이날 탄 시승차 가격은 마스터즈 풀옵션으로 4983만원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