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업계 6년의 자정 기회 날렸다…"이젠 소비자보호"
2013년부터 중기적합업종 보호…후진적 시장구조 여전
거래 투명화 위한 제도 마련도 중고차 업계 반대로 무산
   
▲ 산업부 김태우 기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불신으로 가득한 중고차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완성차 업계나 대기업이 직접 나서서 분위기 전환을 시킬 필요가 있다. 

중고차 구매를 어렵게 느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중고차를 떠올리면 대다수가 허위매물과 피해사례를 떠올릴 만큼 불안요소가 많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불신을 키워온 것은 시장 분위기 였다.

제품에 대한 이력이 불분명하고 현재 상태에 대한 믿음도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있는 성능검사표도 시기에 따라 다르게 작성되는 경우도 많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중고차를 고르는 방법이 콘텐츠로 제작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을 만큼 중고차 고르기는 난제로 꼽히고 있다.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시장 규모를 키워 발전시켜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중고차다. 선진자동차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미국과 독일의 경우 중고차시장이 신차시장의 2배 이상 규모로 큰 시장이다. 

해외 중고차 시장이 이같이 규모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완성차업체의 역할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차출고 이후 상황을 알 수 없는 중고차의 제품에 대한 신뢰를 제조사가 나서 품질보증을 했고 고객들이 믿고 찾을 수 있게 했다. 또 소비자들이 제일 불안해하는 허위매물과 불량매물 등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키며 쾌적한 시장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불신을 줄이고 낙후된 중고차 시장의 분위기를 전환하며 새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역할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자동차그룹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 중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에서 중고차 판매업이 제외될 경우 이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나 기아차가 직접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현대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에서 두 브랜드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캐피탈과 공동으로 중고차 경매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중고차 판매업까지 통합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224만대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은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일 수 있다. 신차 시장(178만대)의 1.3배에 달하는 데다, 중고차 대당 평균매매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시장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의 매출액 총합인 16조7578억원보다 무려 5조원이 많은 규모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수입차 럭셔리 브랜드들이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영위하며 신차 브랜드가치까지 높이고 있는데 반해 국산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는 발이 묶였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 특히 국내 완성차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존 중고차 업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과 영세 사업자의 마케팅 역량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현대차그룹이 '인증중고차'의 개념을 도입해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고차 매물을 싹쓸이할 경우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거래를 할 물건이 사라진다는 게 중고차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영세 사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막아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타당성은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의미가 없어졌다. 

   
▲ 불신으로 가득한 중고차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완성차 업계나 대기업이 직접 나서서 분위기 전환을 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미디어펜


소비자들의 여론도 기존 중고차 업계의 편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9.4%)가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차량상태 불신'을 꼽았고, 허위·미끼 매물을 꼽은 응답자도 25.3%에 달했다.

중고차시장에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23.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번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이슈와 관련해서도 여론은 '허용' 쪽으로 기운다. 현대차에 대해 우호적이라기보다 기존 중고차 업계에 대한 불신을 대변하는 반응이다. 관련 기사 댓글마다 허위매물이나 강매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중고차 업계를 비난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소비자 불신은 중고차 업계 스스로 초래했다. 자정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중고차 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겐 6년간 보호받으면서 시장 구조를 개선할 기회가 주어졌으나 전혀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구매하려면 성능조작이나 침수차, 허위매물에 속을 위험성을 감수하며 차를 구매한다.

중고차 업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받던 6년여의 기간 동안 선제적인 자정노력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거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확립되기만 했더라도 대기업의 시장 진입에 대한 여론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미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변화가 없었던 만큼 이제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기업과 완성차 업계의 진출을 허용해 소비자들의 안위를 보호해야 할 때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