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부품업체 줄도산 위기…코로나19에 불확실성 가중, 여론도 질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내수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강성노조의 파업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국내 1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9월, 11년 만에 임금동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는 파업을 무기로 회사에 압력을 가하고 있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3사의 임단협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당초 24일부터 예정됐던 파업을 유보하고 사측과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결국 결렬을 선언하고 결국 이날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24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14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는 이날 교섭에서 사측이 임금, 성과금, 단체협약에 관한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당초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에서 결정한 대로 25일부터 27일까지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다. 이후 파업 지속 여부는 27일 추가로 쟁대위를 열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잔업 30분 복원 △상여금 통상임금 확대 적용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도 지난 24일 저녁 늦게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했다. 노사는 이날까지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4일 24차 교섭을 속개했다. 해당 차수 교섭은 지난 13일 시작됐지만 정회 이후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며 장기간 중단됐다가 사측에서 노조가 요구한 2년 주기 임금교섭 주기를 철회함에 따라 재개된 것이다.

하지만 노사는 이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수 차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노조는 부평2공장에 신차 투입계획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포트폴리오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결론을 맺지 못했다.

다만 노사는 교섭 결렬 대신 '정회'를 택하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양측은 교섭 차수(24차)를 유지한 상태에서 정회했다 이날 오전부터 속개해 협상중이다.

노조는 당초 이날까지 4시간 부분파업을 단행할 예정이었으며, 노사간 잠정합의가 미뤄지며 파업이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 오후에 예정된 파업은 철회될 여지도 남아있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이날 오후 4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부분파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기아차 노조가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달 말부터 한국지엠 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 노조까지 파업 대열에 합류하며 협력사의 어려움 가중 등 업계 전반적인 파장이 심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을 무분규로 타결하면서 기아차 교섭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아차 노조는 강성 행보를 이어갔다.

노조는 특히 지난 2017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패소하며 잔업을 중단한 게 실질적인 조합원 임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잔업 복원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또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 해소 차원에서 기존 공장 내 전기차와 수소차 모듈 부품공장을 설치할 것도 요구했다.

현대‧기아차 사측에선 3분기 들어 살아날 조짐인 내수와 수출수요의 생산차질로 실적반등에 대한 기대가 좌절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기아차가 현대차와는 반대의 길을 가는 이유로는 노조의 '강성화'가 지적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내수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강성노조의 파업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현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위상, 미래차로의 전환에 따른 생산방식의 변경과 감원 가능성 등 각종 도전을 넘어서야 한다는 판단이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어줬다는 것이다.

기아차에 앞서 한국지엠은 이미 4차례의 파업을 단행했고 지난 20일 5번째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23일부터 25일까지 조별로 근무시간의 절반(4시간)만 일하기로 했다. 이는 GM본사의 '한국 철수' 경고 직후 나온 조치여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앞서 스티븐 키퍼 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은 지난 18일 "한국지엠 노조가 생산 물량을 인질로 삼고 있다"며 "몇 주 안에 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 협력사 단체인 한국지엠협신회 회원사 사장과 임직원 100여명은 지난 19일 오전 6시20분부터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살고 싶습니다! 살려주십시요!'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배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 밖에도 과거와 달리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는 노조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현재까지 총 12일간 파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 규모는 2만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9월 수출이 작년보다 117.5%나 늘었지만 생산 차질이 발생하며 10월에는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월 수출은 9월에 비해 29.6% 줄었다.

르노삼성 노조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노사는 지난 7월 상견례 이후 6차례 본교섭을 이어왔지만 협상에 진전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노조의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 △코로나19 극복 격려금 700만원 일시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의 요구에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조합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분류된 박종규 노조위원장의 연임에 성공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금속노조의 재가입을 준비하며 파업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완성처 업체들의 파업을 두고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집단 이기주의로 노사관계가 파행에 이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부품업계와 완성차 업체 모두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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