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30조원대 현대차 배터리 사업 입찰
LG전자, 마그나와 파워트레인 합작사 설립
SK이노, 2.4조 들여 배터리 생산 설비 확장…SKT, T맵모빌리티 분사
   
▲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브랜드로 출시 예정인 전기차 제품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아이오닉7·아이오닉5./사진=현대자동차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원동기의 동력으로 바퀴를 굴려 땅 위를 움직이도록 만든 차'

국어사전상 자동차의 정의다. 원동기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력·풍력·조력 등의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의 개념이 점차 기계장치에서 전자장비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이 정의도 흐릿해지고 있다. 전자부품이 늘어나기도 했고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어가고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어서다. 때문에 전기전자 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LG·SK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자동차를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고 전장사업에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에 생산된 자동차에서 전장 시스템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 남짓했다. 최근 시판 중인 자동차의 경우 원가의 30~40%를 전장 시스템이 점한다.

전기차에선 전장품의 원가 비중이 70%를 상회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전문기업 IC인사이츠는 2021년 자동차 전장 시장의 총 매출 규모를 1696억달러(한화 약 187조1027억원)로 추산했다.

   
▲ 삼성 서초사옥에 내걸린 태극기와 삼성기./사진=연합뉴스


삼성은 2015년 전장사업팀을 출범시켜 이듬해 미국 전장회사 하만그룹을 인수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전장 사업 강화에 나섰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무선통신 업데이트(OTA) 등 전장사업계의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평가된다. 하만은 하만-카돈·JBL·AKG 등 음향기기로도 수익을 내지만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전장사업에서 발생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아날로그 계기판을 디지털 계기판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이 분야에 대해 삼성전자가 하만과 공동 개발해 납품처를 물색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삼성의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독일 아우디 A4에는 삼성전자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오토'가 탑재됐다. 이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케 하는 메인 칩셋이며 2018년 삼성전자가 론칭한 자동차용 반도체 브랜드다.

삼성전기는 저장해둔 전기를 반도체 부품에 공급하는 MLCC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부품에서 전자장비의 비중이 커질 수록 MLCC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 이와 관련, 2024년까지 삼성전기는 전체 매출의 30%를 전장용 MLCC에서 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0월 현대자동차가 2024년 출시할 예정인 대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7'에 들어갈 배터리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최대 30조원에 달하는 만큼 삼성SDI는 입찰에 성공할 경우 안정적인 캐시 카우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 LG전자가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했다./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2018년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기존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로 확대했다. 이 조직은 당초 HE사업본부 아래 자동차 사업부, CEO 직속 전기차용 모터·인버터·컴프레셔 개발 담당 EC(Energy Components) 사업부, 자동차 부품 설계사 V-ENS를 합쳐 2013년 7월 만들어졌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헤드 램프 전문기업 ZKW를 사들였다. 이후 이스라엘 자율주행 솔루션 회사 바야비전과 차량 센서 회사 에이아이에 공동 투자했다. 아울러 미국 자동차 반도체 회사 NXP·독일 헬라 이글라이아 등과 ADAS 통합 솔루션 개발 목적의 MOU를 맺었다.

   
▲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 부품 구동모터./사진=LG전자 제공


이 외에도 지난 23일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에 집중하고 사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물적분할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작 법인 본사 소재지는 인천이고 그린사업 일부와 관련된 임직원 1000여명이 합작사로 자리를 옮긴다. 해당 그린사업 일부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인버터·차량 충전기·구동시스템 등을 맡는다.

이로써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 3개 축을 완성했다는 평이다. 합작 법인을 포함한 모든 전장사업부문의 실적은 VS사업본부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에 합산된다.

LG그룹 계열사들의 미래차 관련 행보는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1위 배터리 회사 입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킨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을 현재 3배 규모인 30조원으로 키워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지위를 더욱 굳힐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 뿐만 아니라 관리·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친 전기 운송수단 분야 세계 최고의 에너지솔루션 기업을 목표로 한다.

LG이노텍·LG유플러스 등 타 계열사들도 미래차 관련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LED·통신모듈 등 미래차 부품 시장 경쟁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연구·개발 중이다.

   
▲ 미국 조지아주 내 SKBA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사진=SK이노베이션


SK그룹도 전장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과 중국에 자동차 배터리 공장 착공·증설에 2조4000억원을 들여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조직해 메모리 반도체 기반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전략을 짜왔다. 이곳은 자동차에 탑재될 LPDDR(저전력 더블 데이터 레이트) 등 D램과 eMMC(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를 연달아 출시하는 등 세를 넓혀왔다.

   
▲ SKT 모빌리티 혁신 구조도./사진=SKT


SK텔레콤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택시 호출 합작 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지난 11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T맵모빌리티'를 분사하기로 의결했다. 우버는 이 사업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한다.

T맵모빌리티는 △국내 1위 T맵 기반 주차·광고·UBI(보험 연계 상품) 등 플랫폼 사업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차량 내 결제 등 완성차용 T맵 오토 △택시호출,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온-디맨드' △다양한 운송 수단을 구독형으로 할인 제공하는 ‘올인원 MaaS (Mobility as a service)' 등을 영위하게 된다.

T맵모빌리티는 SKT 5G·AI·T맵 기능을 활용해 최적의 하늘길을 설정해 주는 플라잉카 내비게이션, 높은 고도의 지형 지물을 고려한 3차원 HD맵, 플라잉카를 위한 지능형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등을 도전 영역으로 두고 있다.

   
▲ 애플 전기차 예상 렌더링./캡처=TV조선


전세계 ICT 업계의 큰 손 애플은 가칭 '아이카(iCar)'를 준비 중이다. 말만 무성했던 '프로젝트 타이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테크 전문 매체들의 전언이다. 애플은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 12에 라이다(LiDAR) 스캐너를 최초 탑재했다.

이는 레이저를 쏴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데이터를 계산하고 사물의 양감(量感)을 측정하는 센서다. 스마트폰에 들어간 이 센서는 증강현실(AR) 앱 구현 또는 카메라 성능 강화에 쓰인다. 동시에 라이다 센서는 자율주행기술의 핵심 장비다.

정보 분석을 담당하는 AP도 매우 중요한 파트다. 이 외에도 수많은 전자장비로 구성된 아이카는 전기차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국내 업계 수익성 증대에도 도움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지점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