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준현 기자/경제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코로나 이후 자영업은 사실상 버티기 수준이 아니라 폐업에 가깝습니다. (헬스장에 가입하려는) 신규 고객이 없어요. 임대료·인건비·관리비도 은행대출과 소상공인 긴급대출 등으로 겨우 돌려막는 실정입니다.”

기자의 집 근처 헬스장 대표는 정부의 정체모를 ‘핀셋’ 방역대책에 답답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헬스장은 지난달 8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집합금지업종에 묶여 한 달째 폐쇄되고 있다. 

그는 헬스장이 코로나 2단계로 영업시간을 제한받을 때만 해도 직원들과 수시로 방역·청소작업을 벌이며 회원들을 안심시켰다. 또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무거운 헬스기구를 여유롭게 재배치했고, 신상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명부는 QR코드로 대체했다. 그의 노고에 구청 공무원은 ‘방역우수업체’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로 영업을 금지하면서 그의 노력은 공염불이 돼버렸다. 늘 긍정적이던 그가 그로기상태로 가고 있다.

최근 집합금지업종을 중심으로 집단시위를 벌이는 사업주들이 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 그들을 억누르는 가운데, 정부가 집단감염을 우려하는 업종을 형평성 없이 구분 지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까닭이다. 방역이 목적이라면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봉쇄하고,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식당도 영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불만이 당장 쏟아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만 19세 이하 청소년을 돌봐주는 이른바 ‘돌봄교육시설’에 한해 실내체육시설을 집합제한업종으로 완화해줬다. 역시 형평성 논란이 빚어졌다. 태권도장에서 줄넘기 교습은 가능하지만 줄넘기교습소에서는 불가능하고, 복싱은 되지만 킥복싱은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불과 얼마전 일이었다. 

거센 반발에 못이긴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일 관련 업종을 제한업종으로 완화하고, 청소년 9명만 동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성인고객이 절대 다수인 헬스장업계는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눈치만 바라보는 ‘정치방역’이 애먼 자영업자만 못살게 하는 형국이다.

   
▲ 대한민국 기능성 피트니스 협회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정책 추진을 촉구하며 크로스핏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으로 최근 자영업자들의 경제체력 부실과 그에 따른 금융권 수익악화를 우려하는 평가들이 쏟아진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사상 최저수준인 0.7%로 집계됐다. 하지만 역대급 자산건전성이 원리금 상환유예및 코로나 피해 등을 반영하지 않아, ‘통계착시’에 가깝다는 평가다. 

금융권은 코로나 위기를 고려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원리금 상환을 오는 3월로 유예해주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업자가 대출 상환을 유예하면 이자원금을 갚지 않아도 신용등급이 유지되고, 연체로도 등록되지 않는 일종의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은행으로선 ‘클린’한 사업자로 인식돼 추가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것이다. 

부채규모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2월부터 12월 초까지 집계된 시중은행, 정책 금융기관, 제2금융권 등의 대출 만기 연장 건수는 38만건, 금액으로는 115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지난해 새롭게 일으킨 사업자대출은 약 128만건, 91조4000억원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금융권이 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이 와중에 금융위원회는 코로나 긴급대책으로 소상공인용 대출지원을 오는 18일부터 시행할 거라고 밝혔다. 기존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최대 2000만원 한도)을 확대하고, 별도로 집합제한·금지업종용 대출(최대 1000만원 한도)을 신설한 게 골자다. 대출한도가 작아 빚부담이 덜하고 저금리라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근심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의 말 한마디로 또 영업금지를 당할 수 있는 그들에게 이 대출상품이 ‘약(藥)’이 될지 의문이다. 최소한 돈은 벌게 해줘야 그들도 빚을 갚을 것인데, 핀셋방역이 재개된다면 정책금융이 도리어 빚부담만 안기고 ‘독(毒)’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개인파산 건수가 4만5600여건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고 한다. 빚내서 갚지도 않고 털어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는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가 빚 갚는 걸 회피한다면, 그 빚은 누가 떠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눈물로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쏟아진다. 정부가 ‘거리두기’라는 일관성 있는 방역기준을 내걸고 그들에게 영업할 자유를 줘야, 정부의 정책금융도 빛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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