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발생하는 소모적 임단협 협상보다 생산성 극대화 위한 전략필요
급변하는 시장 적응 위해 선진노사문화 정착 필요
   
▲ 산업부 김태우 기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차량(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신제품 개발 뿐 아니라 생산 체계에 있어서도 전동화에 대응한 전환이 시급해졌다.

내연기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전기차 부품의 특성으로 인해 조립 인력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도 자동차 업계로선 골칫거리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한 진통은 언젠가는 한 번 겪고 지나가야 할 성장통이 될 수밖에 없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일찍이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글로벌 생산체제를 재정비했다. 해외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기지 상당부분을 구조조정하고 전기차 위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자동차 산업의 급변하는 패러다임 전환상황에서 지속가능성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진 노사문화의 정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쌍용자동차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추가로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의 각서가 없다면 사업성 평가와 더불어 산업은행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모적인 임금협상과 쟁의행위로 국산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어 이런 관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이동걸 회장은 "(쌍용차의) 잠재투자자와의 신규 투자유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산은은 협상 결과에 따른 사업성 평가도 할 것이고 필요시 채권단 지원도 같이 검토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11년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에 대해 흑자가 나오기 전에 일체의 쟁의 행위 중단한다는 각서를 제출할 것과 단체협약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려서 계약할 것을 전제로 매각 관련 지원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쌍용차뿐 아니라 한국지엠에도 해당된다. 특히 이같은 목소리는 꾸준히 산업전반에서 지적되는 부분이다. 매해 임단협으로 발생하는 생산차질로 회사뿐 아니라 협력사들까지 손해를 보며 국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은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외국 기업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 무대가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내수시장이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임금 경쟁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떠나겠다는 기업을 지원금까지 줘 가며 잡아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렇게 혈세를 퍼부어 가며 눌러 앉힌 GM에 다시 한국을 떠날 빌미를 제공해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부 지원금의 직접 수혜자였던 한국지엠 노조다.

정부 지원의 대가로 GM이 한국지엠에 배정한 글로벌 소형 SUV(트레일블레이저, 앙코르 GX)의 미국 수출물량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에 노조가 파업으로 판을 뒤집어놓은 바 있다.

지난해 이동걸 회장은 한국지엠 노조 관련해서도 앞서 쌍용차와 비슷한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2014년부터 수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지엠은 지난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노조의 파업 등에 따른 생산손실 등 악재가 겹치며 흑자전환을 올해로 미뤄야 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파업을 하겠다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며 당시 강경투쟁 노선을 가던 한국지엠 노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기업은 다양한 비전을 통해 미래를 그려야 한다.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과 비즈니스 확장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뜻밖의 사고나 돌발적인 규제 이슈 등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도 철저히 해야 한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지난해에도 내수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노조리스크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노조의 이슈가 그렇다. 국내 강성노조들은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논리에 부딪치면 머리띠를 동여매 회사를 길들이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섭주기를 3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은 침체된 자동차 산업의 활로를 열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사실 다년 협상은 지난해 자동차 업계 최초로 한국지엠 사측이 제안한 바이기도 하다. 매년 반복되는 갈등을 줄여 생산성을 높여 보자는 차원에서다. 

당시 한국지엠은 노조의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요구에 대해서도 고정지급분을 지급하고, 흑자전환을 전제로 추가 성과급을 내놓는 듯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2년 이상의 다년제 교섭은 해외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소한 얘기가 아니다. 미국 GM은 단체 교섭을 4년마다 진행한다. 4년간 연도별 임금 인상률을 정해 놓기 때문에 소모적인 갈등이 적고 회사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 쉽다.

독일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대부분 격년 또는 3~4년 단위로 임금협상을 벌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1990년대 '일자리 공유' 협약을 맺으며 2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한 결과 인건비를 약 20%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국지엠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를 비롯,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글로벌 GM의 신규투자와 한국정부의 지원 약속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를 이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코로나19처럼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는 비즈니스 유지 자체가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년 주기의 임단협 교섭 방식은 회사는 회사대로 중장기적 계획 수립이 가능하고, 노조도 한 번 최소 2년간은 고용 및 근로조건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를 쌍용차나 한국지엠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내용이다. 임단협 다년제의 장점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장기적인 먹거리 확보에 나서자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생존을 위한 일자리 확보가 우선돼야 할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될 것이 다. 이에 완성차 업계 노조도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근시안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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