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지난 18일 끝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거론된 문장 중 하나는 ‘총수도 무서워할 만한 준법감시 제도’다. 당초 재판부는 양형 요소에 고려하겠다며 삼성의 준법감시 제도 강화를 요구했다.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지난해 1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준법 경영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무노조 경영 폐기’, ‘4세 승기 포기’ 등을 약속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삼성 준법감시위를 만나 제도개선과 지속적인 활동 보장도 약속했다. 지난달 30일 최종 진술에서는 눈물 속에 새로운 삼성을 만들 기회를 달라고도 호소했다. 누구 보다 준법감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무서워했던 사람이 바로 이 부회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결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이 부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실효성 기준을 충족시키 어렵다며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을 하는데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이 부회장과 삼성은 강화된 준법 감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 컨설팅에 컨설팅도 의뢰한 상태다.

완벽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는 조직은 어디에도 없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삼성 준법감시 제도를 살핀 전문심리위원과 재판부도 ‘촉박할 일정’을 평가의 한계로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사실상의 결론을 내렸다. 공을 손에 쥐어주고 몇 번 투구한 선수에게 ‘너는 프로에서 통할 만한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한 셈이다.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출범한지 1년여 된 조직의 미래를 재단한 것이다.

총수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 되면서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어두워진 삼성의 미래와 국가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 산업부 조한진 기자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 구속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코로나19와 대내외 불확실성의 증폭하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신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이 불투명한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부회장의 부재는 장기적인 전략행보와 대규모 투자를 멈춰세우거나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가 경쟁자들을 추월하려고 분투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물러나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기업인 이재용의 꿈’을 얘기했다. 하지만 당분간 ‘뉴삼성’을 위해 헌신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선장을 잃은 삼성은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표류가 불가피 하다. 준법 감시제도 정착을 위한 삼성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조직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재판부 판단에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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