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몬트, 뉴욕 플라자호텔과 캐나다 밴쿠버호텔 등 역사성 매우 중요한 호텔...'페어몬트 서울' 입지와 홍보방식 등 페어몬트 철학과 어울리지 않아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미국 뉴욕 5번가와 센트럴파크 남단 입구에는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호텔이 있다. 바로 뉴욕의 아이콘이자 초럭셔리호텔로 꼽히는 '더 플라자 뉴욕 시티'이다. 이 호텔은 워낙 뉴욕의 상징적인 호텔이라 굳이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가보는 곳이다. 이 호텔은 '뉴욕 플라자호텔'로 알려졌지만, '페어몬트' 체인 호텔이다. 

   
▲ 김영진 유통팀장.


캐나다 밴쿠버에 가면 시내 최중심가에는 밴쿠버호텔이라는 아주 고풍스러운 호텔이 있다. 버라드스트리트, 롭슨스트리트 등 쇼핑 거리가 바로 인근에 있고 버스 등 대중교통도 대부분 밴쿠버호텔 앞에 정차한다. 밴쿠버호텔은 밴쿠버의 아이콘으로 상징된다. 이 호텔 역시 '페어몬트' 체인 호텔이다. 

페어몬트호텔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이 호텔은 19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했다. 이 호텔은 '호화로운 객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이닝, 최고의 입지, 그리고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언급해 놨다. 

역사적인 이벤트의 주 무대로 페어몬트호텔이 등장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에서 50개국 대표가 모여 UN헌장의 초안을 작성했고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몬트리올 페어몬트에서 역사적인 베드 인 포 피스 시위를 펼쳤다고도 한다. 페어몬트의 유서 깊은 호텔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재임 동안 10년마다 찾기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페어몬트호텔은 단순한 럭셔리호텔을 넘어 그 지역을 대표하는 호텔이자 역사성, 정통성이 매우 중요한 호텔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달 서울 여의도에 오픈하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이하 페어몬트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 페어몬트 서울은 여의도 파크원이라는 신축 건물에 들어선다. 여의도라는 위치도 서울의 최중심가라 말하기 힘든 곳이다. 파크원에 들어서는 페어몬트 서울과 역사성, 정통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객실./사진=아코르호텔

그럼 왜 이곳에 페어몬트 브랜드가 선정됐을까. 2017년 파크원 오너사가 호텔 브랜드로 '페어몬트'를 결정한 배경이 당시 히트했던 드라마 '도깨비' 때문이었다는 웃픈 현실이다. 캐나다 퀘벡에 있는 '페어몬트 샤또 프롱트낙 호텔'이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전파를 타면서 국내에서 '페어몬트'가 유명해지면서 이 브랜드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페어몬트 서울은 오픈에 앞서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협찬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페어몬트 서울이 촬영 장소를 제공하는데 그친 게 아닌, 금전적 지원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페어몬트 서울 관계자는 "제작지원 협찬"이라고 말하며 금전적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전 세계 페어몬트호텔 중에는 영화와 드라마 협찬을 한 사례가 여럿 있다. 영화 '나 홀로 집에',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에는 뉴욕 플라자호텔이 나왔고 미국 법정 드라마 '슈츠'와 '굿와이프'도 토론토에 있는 페어몬트 로열 요크와 페어몬트호텔 밴쿠버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사진=아코르호텔

그러나 해외 사례와 달리 페어몬트 서울은 드라마에서 해외의 페어몬트호텔이 알려지면서 '페어몬트' 브랜드로 결정했고, 오픈도 하기 전에 홍보 차원에서 '제작지원 협찬'까지 나선 사례이다.  

앞서 말했듯 페어몬트는 단순한 럭셔리하고 값비싼 호텔이 아닌, 역사와 철학이 매우 중요한 호텔임을 알 수 있다. 페어몬트 서울에 페어몬트의 철학과 아이덴티티가 얼마나 담겨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호텔 측이 언론이나 많은 이들에게 페어몬트의 깊은 철학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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