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양현종(33)은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투수다. 아니 에이스 투수였다.

광주 동성중-동성고를 나와 2007년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1번)로 고향팀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 데뷔했다. 지난해까지 14년간 KIA 유니폼을 입고 뛰었으니,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라 할 수 있다.

양현종은 통산 425경기에 출전해 147승(95패)을 올렸고,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좌완 선발 요원으로 최근 7년 연속 및 총 9차례나 두자릿수 승리투수가 됐다. 처음으로 10승대(12승) 투수가 됐던 2009년, 그리고 20승 투수가 됐던 2017년,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니 팀 역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대단했다.

양현종은 현재 '무적' 선수다. 지난해 시즌 후 두번째 FA 자격을 얻은 그는 KIA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 중이다.

양현종의 이번 메이저리그 도전은 당연해 보인다. 그는 충분히 빅리그에 도전할 만큼 훌륭한 기량을 갖췄다. KBO리그에서는 이미 개인 성적도 그렇고, 팀의 두 차례 우승도 그렇고, 모두 최정상을 밟아봤다. 프로 선수로서 더 높은 곳을 욕심내는 것은 당연하다. 4년 전 첫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미뤄뒀던 꿈을 이번에는 이뤄보겠다며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보인 행보는 다소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 예년에 비해 떨어졌던 지난 시즌 성적(11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인해 양현종의 선수로서의 상품 가치는 분명 4년 전만 못하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초미니 시즌(팀당 60경기)을 치른 메이저리그는 대부분 구단의 재정난이 심해져 예년처럼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양현종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메이저리그 팀은 나타나지 않았고, 해를 넘기고 1월이 다 지나도록 빅리그행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 사진=KIA 타이거즈


당초 양현종은 재계약을 원하는 KIA 타이거즈 구단에 1월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별다른 소득이 없자, 열흘만 더 시간을 달라며 1월 30일로 데드라인을 한 차례 늦췄다. KIA 구단은 이런 양현종의 요구도 수용했다. 1월 30일이 돼도 양현종과 메이저리그 팀의 접촉 소식은 없었다. 아쉽긴 하지만 양현종이 메이저리그행 뜻을 접고, KIA와 FA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였다.

양현종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며, 영원한 친정팀 KIA와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자신을 기다리는 KIA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양현종은 이번에 정말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KIA와는 가슴 아픈 작별을 고했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는 팀이라면 스플릿 계약도 감수하겠다며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쳤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자신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팀이 선뜻 나섰다면 모를까,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KIA와의 끈을 스스로 놓았다.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드는 것을 장담하기 힘든 계약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만약 양현종이 KIA 잔류를 결정했다면, 수십억원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의 FA 계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속 팀 에이스 대접을 받으며, 익숙한 KBO리그 무대에서 폼 잡고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 사진=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스스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였다. 양현종의 이런 도전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겉멋이 들어 '안되면 말고' 식의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다한 도진이라는 것을 알기에 보내는 박수다.

8일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양현종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이 왔으며 FA로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신분조회 요청이 왔다고 해서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성사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는 팀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자신의 장점을 어필해 원하는 팀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이 앞으로 양현종(과 에이전트)이 할 일이다.

양현종은 또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하거나, 계약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더라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돌아올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를 아끼는 팬들이라면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그의 열정은 그 자체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자신의 꿈을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도전해 보았는가'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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