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통일은 대박" →김정은 제1위원장 "남북정상회담 가능" →한반도 통일 기대 상승효과
"독일 통일이 빨리 올줄 몰랐다"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의 말이다. 그만큼 시기적으로 통일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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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을미년 새해 첫날인 1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일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
한반도 통일도 동톡의 역사처럼 언제 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보면 콜 전 총리의 말은 다르지 않는다. 과거와 다르게 국제적인 역학관계가 복잡해졌다. 수 십년간 급속 성장한 중국은 세력을 확대하고 일본의 지역패권주의는 주변국과 마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러시아는 경제상황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국제 정치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반도를 들여다 보면 2015년 을미년 첫 날부터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육성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못할 게 없다"며 화해 제스추어를 취했다. 정부는 바로 수용할 가능성을 열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우리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통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는 대박"이라고 주창하면서 통일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본격적인 통일준비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축에 따라 먹고 사는 '경제'에 몰두한 나머지 '골든 타임'에 밀려 통일의 기대감은 사그라들었다. 이번 김정은의 육성이 통일의 염원을 무르익게 하는 재확인의 기회가 됐다.
이런 기대감 속에서도 한반도 통일에 있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국민들은 통일에 있어 찬반 의견이 확연히 갈린다. "통일은 대박"과 "통일은 쪽박"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통일 된다면 비용적인 출혈이 발생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지만 경제적 편익 중심으로 논의를 펼치다 보니 비용적 측면이 도드라지며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
통독의 사례에서 볼때 통일 직후 동독지역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한반도 통일 후 경제규모나 소득 수준의 격차로 통일한국의 경제와 재정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2012년 기준)는 25조원으로 남한(1104조원)의 2.3% 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137만원으로 남한(2559만원)의 5.4% 규모에 불구하다. 통일 전 동독 GDP는 서독의 30% 수준이었으며 독일은 GDP 대비 4~5% 수준의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재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다양한 문제로 표출될 수 있다. 소득격차, 이질적 사회경제체제의 갈등 등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골든 타임'의 기로에 서 있다. 외부로는 대외 변동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유가 인하, 미국의 완만한 경기 회복, 일본의 엔저 공습, 유럽의 금융불안 등이 우리 경제의 목을 조르고 있다. 내부로는 신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기업, 고용시장 불안정, 민간소비 부진, 가게부채 등의 저성장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다고 한반도 통일을 거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 통일이 늦어질수록 벌어지는 소득격차로 인해 통일비용은 더 증가하고 만다.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편익은 대북협력 등 정책적 노력의 결과에 의해 서서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결국 돈(비용)의 문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통일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에서 "선순환 구조 정착을 통한 통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융의 역할이 긴요하다"며 금융을 통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북한 개발을 위한 재원규모는 5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북한 1인당 GDP 1251달러를 20년 후 1만 달러 수준으로 상향했을때 필요한 금액이다.
이중 북한내 인프라 육성에 약 1400억 달러, 북한내 산업부문 발전 재원 약 350억 달러 규모다.
신 위원장은 "해외 ODA, 정책금융기관, 민간투자자금, 북한 자체 창출 재원을 통해 20년간 5000억 달러의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며 "해외 원조 조달 자금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민간투자금과 정책금융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일비용을 줄이거나 경제적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실행가능한 정책을 발굴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정부주도 하에 북한 경제의 생산성 도약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공공성이 큰 인프라와 산업부문 우선투자가 그것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부문에 대한 집중 지원을 초기단계에 완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허성 자금과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산업입지, 경협여건, 투자유치 가능성을 토대로 우선순위를 결정해 선별 투자해야 한다. 현재 북한 주요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 중 집중투자 대상은 개성·해주, 나진·선봉 등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곳은 유라시아 횡단철도 노선 구축망을 완성시키는 나진(북한)-선봉(러시아) 프로젝트다. 그렇다고 북한 개발을 위해 무분별한 재원 투입은 무리수다. 통독 사례를 보자. 통독 이후 지역 상하수도, 환경오염 등의 지역 인프라에 매진했지만 건설회사만 배부르게 하는 꼴이 됐다. 많은 재원을 투자했지만 낭비에 그쳤다.
김상로 산업은행 심사평가부문 부문장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조사와 투자의 균형효과를 이룰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북한 개발의 시너지는 풍부한 자원과 낮은 인건비로서 기업진출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특구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북한이 투자유치를 원하는 곳에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수요 중심 발상이라는 것이 새로운 통일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라며 "경제성장효과가 가장 큰 지역중심으로 투자를 한다는 원칙으로 제한된 재원의 투자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올 초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북 통합이 시작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듯 북한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했다.
한반도 통일을 비용만 부각시켜 무조건적인 거부만 할때가 아니다. 통일 후 북한지역 개발에 따른 우리 지역에 유발되는 생산, 부가가치, 고용 등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