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지급 ‘시기상조'...나라 빚 급증, '선거용 포퓰리즘' 경계해야
   
▲ 윤광원 세종취재본부장/부국장대우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와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 국민 보편지급’ 카드를 접는 대신 소상공인 지원 대상은 더 늘리고, 피해 계층에 ‘선별적’이면서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해, 1차 및 3차 선별지원에서 빠졌거나 피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게 지원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사각지대’를 보강하고, 더 두텁게 지원하는 2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사각지대는 기존 지원에서 소외됐던 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각지대의 의미에 대해, 기자들에게 노점상이나 플랫폼 노동자, 신규 상인 등이 아직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해, 처지는 더 어려운데 지원대상에서 빠졌던 부분을 예로 들었다.

기존 소상공인 지원금이 제도권 내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고, 노점상 등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은 계층을 포괄하지 못했다는 것.

코로나19 상황에서 창업 전선에 나섰다가, 얼마 안 돼 눈물을 머금고 폐업한 이들도 매출 감소를 증명하지 못해,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 노동자들도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 프리랜서의 범위가 워낙 다양해, 자영업자에도 특고나 프리랜서에도 들지 못하는 유형의 노동자들도 상당수다.

실제 정부는 지난 3차 재난지원금 때 방문 및 돌봄 종사자에게 50만원을 지원했었다.

요양보호사나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용역업체 소속 방문 및 돌봄 서비스 종사자는 통상 업체에 고용돼 있고, 자영업자가 아니어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급여를 받지만, 일을 나가지 못하면 받는 돈이 한 푼도 없는 실정이다.

자신의 차량으로 영업을 하는 지입차량 관광버스 기사들도 그 동안 사각지대로 거론된 바 있어, 4차 재난지원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사각지대 접근법은 연 매출과 근로자수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대상이 아니라도,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 1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당시 연 매출 4억원 이하의 기준을 적용했다.

즉 연 매출이 4억원을 넘는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에 따른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따라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업종의 지원 기준선인 매출 10억원(음식점 기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매출 10억원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검토 방침을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밝혔다.

다만, 그렇게 될 경우 사실상 중견기업 수준의 소상공인까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급 기준을 매출 8억원 정도로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것은 지원금 액수를 더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영업제한 업종에 200만원, 집합금지 업종에는 300만원을 지급했는데, 소상공인들은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불만이다.

이런 점에서, 영업제한과 집합금지 업종에 지원금을 더 많이 주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저녁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됐던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유흥음식점 등 업종에 대한 추가 지원이 우선 거론될 전망이다.

실제 손실 규모에 상응,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매출 등 정부가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손실 규모를 산정해보고, 이에 맞춰 여러 단계의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갑론을박’ 수준이다.

추경만큼 적자 국채를 찍어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9조~10조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여당에선 20조 내지 30조원 얘기까지 나온다.

여당 내에서는 300만원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제공]

이낙연 대표는 “사각지대를 얼마나 최소화할지 정부에 숙제를 드렸고, 그게 나와 봐야 추경의 규모를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이제 막 지원 대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지금 총액을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여당이 전 국민 보편지급과 선별 지원 병행 방침을 포기하고, 선별 지원으로 돌아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재정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소비 진작을 위해 지원금을 마구 뿌렸다가, 코로나19의 재 확산을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가 연초에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 당정 간 갈등을 유발한 바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전 국민 보편 지급은 ‘시기상조’가 아닐 수 없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반기를 들었던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의 ‘버티기’가 일단 먹힌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라고 선을 그어, 홍 부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3차 대유행 피해 복구를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피해지원’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전 국민 지원에 대해서는 “내수 진작용 지원은 코로나19 진정 상황을 보며, 논의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의 대전제는 사각지대 해소와 ‘공정성’이다. 더 이상 지원금을 주면서도 정부가 욕을 먹고, 지급기준에 불만을 가진 계층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 가급적 두텁게 지원하되, 재정의 어려움과 국가채무 급증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나라 빚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짐’이 된다.

특히 지원금액을 300만원 넘게, 그것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나눠주는 것은 누가 봐도 ‘선거용 포퓰리즘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국가와 공공의 안전을 위해 ‘강제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고 피해를 강요당한 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 그것은 국가와 정부의 기본 책무이기도 하다. 더 이상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미뤄선 안 될 것이다.

다만, 그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고려와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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