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결국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 집값은 천정부지 올려놓고, 내집 마련 희망은 앗아갔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도 물 건너 간지 오래다.

모레부터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는 최대 5년간 실거주를 해야만 한다. 거주 의무 기간을 위반 시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지난해 8월 공포한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의 후속조치이다.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시장을 재편하고 다주택자들의 투기를 막겠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레 무주택 실수요자는 '서민', 다주택자는 '투기꾼'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정작 서민,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오히려 실거주 의무 기간 시행을 '전월세 금지법'이라고 일컬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단 전월세 금지법이 시행되면 새 아파트 입주에 맞춰 시장에 공급되는 전월세 물량이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지독한 전세난 속에서 한줄기 빛이었던 입주장 물량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전세대란의 예고다. 전월세 금지법이 오는 19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받는 아파트부터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아파트들이 입주하는 3~4년 후 최악의 전세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청약에 당첨되고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세를 놓았다가 차후 입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대출이 막힌 가운데 잔금을 충당할 여력이 없다면 분양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현금 부자들만 배 불리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눈높이를 낮춰 보면 어떨까. 지하철역과 멀고, 교육여건이 열악한 소형 아파트라면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현금 부자들을 위한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이번에는 분양가 현실화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분양가관리지역 분양가 심사기준을 오는 22일부터 적용한다.

정확한 수치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분양가에 별도로 추가되는 발코니 확장, 에어컨 등 옵션비용을 더하면 100%를 웃돌 수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전국에 무려 8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2‧4대책은 발표 직후부터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다. 건설사와 재개발‧재건축조합 등 주택 공급 주체에게 던져줄 당근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양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사업성을 높여 주택 공급에 물꼬를 틀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도 어려운 상황에 전세도 놓지 못하고 분양가는 더욱 높아진다.

서민도 펜트하우스를 꿈꾼다. 임대아파트 지을 궁리만 하며 가뜩이나 위태로운 주거 사다리를 걷어찰 필요가 없다. 상대적 박탈감에 멍든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사다리를 일으켜 세워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