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리스크부터 충전과 재활용까지 새로운 기회
높아진 가격경쟁력, 보조금 없이도 시장 저변확대 가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부와 현대자동차그룹이 물류·배터리·모빌리티 업계와 배터리 리스 실증사업에 돌입하며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전기차의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를 구매하지 않고 빌려쓰는 방식을 활용하며 초기 구매비용을 낮출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차 보조금 없이도 차량을 구매할 수 있으며, 향후 리싸이클에 대한 부분까지 용이해지며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

   
▲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왼쪽부터)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이 전용 전기차 차체 구조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MOU에 따르면 택시 플랫폼 사업자는 전기차를 구매한 뒤 바로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에 매각한다. 이후 사업자는 전기차 보유기간 동안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비를 지급하게 된다. 사업자는 사실상 배터리값이 빠진 가격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셈이다.

또한, 배터리 순환 모델도 실증한다. 전기 택시에 탑재된 배터리를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할 때 확보되는 사용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 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는 실증 사업을 총괄하면서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택시 플랫폼 사업자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배터리 보증은 물론 교체용 배터리 판매도 담당한다.

이번 실증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19일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를 열고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활용사업' 등의 안건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이번 사업으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의 안전성을 실증하고 잔존 가치 평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 공유를 통해서는 연관 신사업도 모색할 수 있다.

또 이 같은 배터리 리스시스템이 정착될 경우 전기차의 충전시간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충전시스템 도입도 가능해진다. 바로 배터리 교체방식이다. 

글로벌 시장 일부에서 테스트 중인 이 방식은 짧게는 수십분, 길게는 몇시간씩 걸리는 충전시간을 내연기관의 연료충전방식과 같은 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좀더 편리하게 전기차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KST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코나 일렉트릭 택시. /사진=KST모빌리티 제공


배터리 리스 방식은 비용면에서도 유리해 더 이상 보조금이 전기차 판매량을 좌우하는 모습도 배제할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전체 자동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한다. 기술 고도화와 수요 증가로 배터리 가격이 매년 가격이 내려가곤 있지만 여전히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배터리 대여 서비스가 상용화하면 고객은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을 제외하면 일반 내연기관의 차량과 가격이 비슷해지는 만큼 보조금이 없이도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차량구매가 가능해진다. 

특히 배터리 대여 서비스는 택시를 비롯한 대중교통 수단에 유리하다. 일반 차량보다 주행거리가 더 긴 택시는 연간 약 7만㎞를 달리다. 2~3년 안에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배터리 대여서비스로 택시회사는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 운용이 가능해지고 보다 빠른 전기차 시장의 저변확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배터리 대여 서비스의 장점이다. 지금까지 사용 후 배터리는 활용처가 마땅치 않았는데 이를 전기차 충전기에 사용하며 전반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실증 사업에 따라 전기 택시가 배터리를 교체할 때 확보되는 사용 후 배터리를 ESS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 충전에 활용한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급에 비해 고가에 판매되던 전기차를 일반 적인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해 지면 시장의 저변확대가 가능해지고 관련사업의 빠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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