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회 경제부장/부국장
[미디어펜=김명회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원금 상환 및 이자 유예조치를 6개월간 재연장 요청키로 하면서 금융사들의 고민이 커졌다.

금융권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해줬다. 

그러나 유예 만료시점인 9월말까지 코로나 19가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화되면서 금융당국은 한 차례 더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상환도 미뤄줬다. 이렇게 미뤄진 조치가 3월말로 종료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시 한번 6개월간 대출원금 상환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연장하기로 하고 금융기관에 요청한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요청에 재연장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무리 코로나19 특수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은행권의 경우만 잠재적 부실이 80조원에 이르는 만큼 이제는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은 73조2131억원에 이른다. 또 대출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연장분과 이자 유예분도 각각 6조4534억원, 455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자유예액 455억원 뒤에는 무려 1조9635억원에 달하는 대출원금이 있다. 결국 5대 시중은행이 총 81조6755억원의 잠재 부실 대출을 안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유예 정책을 실행중인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제2금융권까지 합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금융사들은 현재 이자도 못내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가 나중에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을지 미지수로 여겨지는 만큼 지금부터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사진=금융위 제공
이번 재연장 조치가 포퓰리즘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강력히 요구하면서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민주당의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22일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통 경감과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고민해달라고 주문했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달 21일 당 내부회의 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원금 상환 및 이자 유예 조치가 연말까지 연장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당이 주도하고 정부가 받아들이는 식은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하는 부분이다.

금융당국이 5월 2일까지 재연장하기로 한 공매도 금지조치 역시 포퓰리즘에 매몰된 조치로 평가된다. 당초 금융국은 지난달 11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공식입장을 냈다가 여당 의원들의 공개 반대에 부딪히자 “결정된 게 없다”고 꼬리를 내렸다.

금융당국은 대출원금 상환 및 이자유예조치를 재연장하더라도 금융사들이 연착륙 할 수 있는 방안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현재 금융권에선 이자는 내겠지만 원금을 갚기가 벅차니 미뤄달라는 경우는 원금 만기 연장으로 숨통을 틔워주고 이자도 내기 어렵다는 곳은 원리금이나 밀린 이자만 따로 5~10년에 걸쳐 장기간 나눠 갚도록 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 정책 그대로 6개월 재연장된다면 9월말이 되는데 그때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데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사들은 부실 위험성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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