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후계자 양성 최대 과제로 지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1년 더 그룹을 이끌게 됐다. 지난 2012년부터 그룹을 이끌어 온 김 회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3연임의 임기를 끝으로 수장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건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대외내적으로 "연임에는 뜻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김 회장이 피력해왔던 의지와는 달리 4연임에 성공하면서 1년의 임기동안 실력과 비전을 두루 갖춘 후계자를 추려내 승계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유력 차기 회장 후보군들이 모두 '사법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하나금융의 불투명한 승계구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 회장이 연임 소회에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극복과 그룹의 조직 안정화에 헌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26일 하나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군에 오른 김정태 현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외부 출신으로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김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김 회장이 추가 연임의 뜻이 없다는 의사를 재차 밝혀왔음에도 재연임에 성공한 배경엔 김 회장 외엔 그룹을 이끌 적임자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으로 꼽혀왔던 함영주 부회장은 채용비리 사건으로 재판중에 있으며, 이진국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 역시 최근 선행 매매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의뢰된 상황이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룹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법적 리스크를 떠안고 가기보다 이미 검증된 리더를 재신임하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경영능력은 이미 실적으로 검증된 상태"라며 "김 회장이 일단 1년 연임하는 동안 유력 후보군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할 시간을 벌고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조직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추위는 김 회장의 조직안정과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윤성복 회추위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김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비은행 부문 약진과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전년(2019년)대비 10.3% 늘어난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실적을 낸 2019년 실적을 앞질렀으며, 2017년 이후 4년 연속 2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김 회장의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한 것은 하나금융 내규에 따르면 재임 기간 회장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이 연임을 이어갈 경우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직무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