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 속도 늦추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전기차 신차 출시 대비 더딘 공용 충전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업계가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늘어나는 전기차에 비해 충전 인프라 부족는 턱없이 부족해 대중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으로 진행돼야 할 충전인프라 구축에도 탄력이 붙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현대자동차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재고조절을 위한 아산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곳이다.

현대차 그랜저는 판매기록을 갱신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쏘나타의 경우 지난해 전년대비 32.6%가 줄어든 6만7440대 판매에 그쳤다. 올해는 1월 3612대, 2월 4186대 등 총 7798대가 판매됐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말에도 쏘나타 재고 조정을 위해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 한 바 있다. 쏘나타의 부진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닌 완성차 시장의 분위기다. 과거 국민차로 등극할 만큼 인기를 누려왔던 볼륨모델 차급의 중형 세단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전기차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지막 내연기관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양극화 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세단보다 스포츠유틸리차량(SUV)와 같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량의 인기도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형성되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미래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세단 차종의 개발은 포기선언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이 상용화될 것에 대비한 행보다. 

특히 자율주행 차의 경우 운전자와 운전석의 의미가 모호해지며 이동수단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간 활용성이 세단보다 우수한 SUV와 박스카 형태의 차량으로 시장이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마지막이 될 내연기관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SUV를 선택하거나 교체주기를 감안해 대형차와 소형차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반응은 새로운 전기차의 등장소식이 전해지며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수입차 브랜드의 새로운 전기차 들이 대거 등장이 예고되며 분위기를 부축이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라면 적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파란색 번호판의 아이오닉 5 같은 전기차가 도로를 장악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 기아 첫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적용 EV6 티저 이미지. /사진=기아 제공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의 제도와 충전인프라가 아직은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충전을 위해 줄을 서있는 전기차들이 더 많은 수요로 시장에 풀리면 최악의 '충전지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총 13만4972대다. 전기차 시장 초기인 지난 2013년 1463대에서 7년 만에 거의 100배 가까이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충전기는 고작 6만4188대에 불과하다. 한 개의 충전기로 약 2.2대의 전기차가 공용해야 되는 수준이다. 충전시간이 짭게는 30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씩 소요되는 전기차 특성을 고려하면 선 듯 전기차를 선택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충전인프라다. 

정부도 올해부터는 충전소와 충전기 보급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은 많다. 이는 충전시설이 비공개와 비공용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인프라구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어도 절반가량은 비공개와 비공용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기차 충전소는 1만1560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3월 현재 3만3360대까지 늘었다. 이는 전국 영업주유소 1만1371대를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까지 설치된 충전기 중 절반가량(2만9549대)이 비공용 및 비공개 충전기였다. 특정 건물에만 설치되다 보니 해당 건물의 직원이나 거주 세대가 아니면 이용하기가 어렵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조금으로 대수를 증가시키기보다 충전인프라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충전소 확대에 따른 정부의 정책도 아직 과거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충전소를 확충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충전소를 더 늘리려면 변전소도 늘어나야 한다. 국가 안보시설인 변전소를 쉽게 늘리기도 어렵겠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느낄 세금인상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파격적인 전기차 수요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통해 새 건물은 충전시설의 의무설치 비율을 현재의 0.5%에서 내년부터는 5%로 상향조정하고 기존 건물은 내년 공공건물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민간건물에도 '2% 설치 의무'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쥐어짜기 식의 주먹구구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전기차의 보급은 이미 시작됐지만 뒤늦게 정부의 정책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는 2만대가 넘는 사전계약대수를 기록했고 쌍용차의 전기차는 상반기중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월에는 기아의 EV6도 시장에 등장한다. 쏟아지는 새로운 전기차에 시장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수요확대와 패러다임 전환기회가 충전인프라구축 지연에 발목잡힐 우려에 놓여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린 모빌리티는 정부가 제시한 미래이자 세계적 패러다임이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수였지만 아직 정부 정책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