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로 3자 대결에서도 박빙 승부 가능성 높아져
후보 단일화 절박감 줄어들면서 협상 좌초 우려도
[미디어펜=조성완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인한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서로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은 오히려 벼랑 끝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의 조사에 따르면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단일화 때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0%p 가까운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LH 파문이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75.4%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4%에 불과했다.

이전 여론조사들에서 한 자릿수 차로 박빙의 경쟁을 벌이던 여야의 선거 구도가 LH 사태 이후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3자 구도의 유혹이 커지고, 후보 단일화의 절박감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1일 중앙당사에서 '4.7 보궐선거 중앙위원회 필승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실제 양측은 지난 12일 고성을 주고받은 실무 협상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다. 이미 한차례 연기된 두 후보의 비전발표회를 15일 개최하는 것만 합의했다. ‘사실상의 결승’이 될 단일화의 최대 쟁점인 여론조사 문항 등에서는 조금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이 ‘일괄 타결’을 고집해 협상을 좌초시켰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이 ‘경쟁력’ 조사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에 합의하지 않으면 TV토론 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버틴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동행 1차 회의에서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들 간 일정한 토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국민의당은 ‘통 큰 단일화’를 내세우고 있다. 김종인 체제를 대변하는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이 오 후보와는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오 후보가 전날 안 후보를 겨냥해 “야권 분열의 중심”이라고 발언한 것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놀랍고 충격적이다. 제가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고 말했다”며 “이것이 과연 단일화 협상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말인가. 저와 단일화를 할 하등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인 안철수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 보육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양측은 후보 단일화 시한인 19일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3자 구도에서도 박빙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조사도 공개되면서 단일화 협상이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13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자대결을 가정하지 않고 서울시장 적합도를 물은 조사에서 박 후보 27.4%, 오 후보 26.1%, 안 후보 2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언론에서 무슨 단일화가 난항을 겪고 있느니 상당히 어려운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할 것도 없다”며 “실질적으로 우리가 일반 정치 상식으로 얘기하면 문제 해결이 안 될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를 무산시켜도 되겠다라고 인식하는 후보는 없다”며 “후보들은 야권에게 어려운 지형 속에서 단일화 통해서 야권승리를 안정적으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단일화 부분은 더욱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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