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생태탕? 생떼탕?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든 5일, 여야는 서울시 발전을 위한 공약이 아닌 ‘생태탕’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내곡동 땅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로 ‘생태탕’을 제시했고, 국민의힘은 생태탕집 주인의 입장이 불과 며칠 사이 번복된 점을 지적하면서 ‘생떼탕’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생태탕을 강조하는 건 “내곡동 땅의 존재도, 위치도 몰랐다”는 오 후보의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오 후보 처가 소유의 내곡동 땅을 경작했다는 김모 씨가 출연했다. 그는 지난 2005년 6월 오 후보가 장인 등과 함께 와서 측량 현장을 입회했으며, 이후 같이 차를 타고 가서 생태탕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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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오전과 오후 내내 서울 성북구, 광진구, 강동구, 서대문구를 누비는 유세 강행군을 이어갔다. /사진=박영선 후보 캠프 제공 |
오 후보는 해당 보도가 나간 당일 저녁 방송 토론회에서 내곡동 방문과 관련해 “제 기억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러나 기억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의심을 더욱 키웠다.
지난 2일에는 내곡동에서 ‘안고을 식당’을 운영했다는 황모 씨가 같은 방송에 출연해 “(오 후보가 토지 측량 후 생태탕을 먹으로) 왔다. 기억한다. 잘 생겨서 눈에 띄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황 씨의 아들도 "반듯하게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캐주얼 로퍼. 상당히 멋진 구두였다. 페라가모"라고 거들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는 긴급성명을 통해 “오 후보의 주장은 완전히 파탄났다”면서 사퇴를 촉구했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황 씨가 TBS 출연 전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일요시사’는 3월 29일에 이뤄진 황 씨와의 전화 인터뷰 음성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 따르면 황 씨는 “그건 모르죠. 오래전이라”고 말했다. ‘기억이 안 나시는 건가요’라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조수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대위 대변인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김어준의 뉴스공작’이라고 비꼬며 “‘생떼탕’을 끝으로 문 닫아야 한다”, “박영선 후보, 김어준의 ‘정치공작소’가 생떼탕을 끓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등으로 비꼬았다.
오 후보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제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뉴스 보고 판단하는 시민 여러분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박영선 캠프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지 언론 인터뷰 통해 그 모순이 자체적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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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서울 서초구의 세빛섬을 찾아 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오세훈 후보 선거 캠프 제공 |
그럼에도 민주당은 ‘생태탕’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세훈이 생태탕을 먹고갔다는 식당 주인의 증언을 안주거리로 삼아 생떼탕을 끓이느니 어쩌니 떼거지로 생떼를 쓰고 있다”며 “식당 주인에 대한 모욕을 일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생태탕 식당 주인을 생떼탕 식당 주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증언자를 화나게 하면 더 큰 증거물을 가지고 나올수 있다고 저는 예상한다"면서 “두껑 열기 전에 사람들 뚜껑 열리게 하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날을 세웠다.
황 씨의 아들도 5일 재차 TBS에 출연해 “저도 그때 페라가모 로퍼를 신고 있었다. 제 것보다 말발굽이 조금 크더라. 워낙에 하체가 긴 분이라 상당히 매력을 느꼈다”면서 잘 생겨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재차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취소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쪽에서 공격을 해서 신분 노출 시 해코지가 두려워졌다며 기자회견 취소를 아침에 알려왔다”고 언론을 통해 전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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