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생산규모 축소, 사업구조 변화 불가피
HAAH 인수 무산시 새로운 투자자에게 기회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의 유력한 인수후보인 HAAH오토모티브가 금융당국에 투자 결정과 관련해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HAAH 속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 HAAH는 인수에 참여하는 재무적투자자(FI) 내부 설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간만 끌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쌍용차를 인수 가능한 업체가 HAAH이외에 없는 상황이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권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HAAH가 그냥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하는 쪽에는 시간을 계속 끌 수는 없는 만큼 빨리 의견을 요청할 것이고 그래도 의견이 오지 않으면 투자의향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HAAH가 FI 설득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성수 위원장은 HAAH측에 마지막 기회를 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쌍용차 또한 HAAH측의 인수의향서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쌍용차에 대한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은 이르면 8일, 늦어도 다음 주쯤 내려질 예정이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1일까지 HAAH의 투자의향서 제출이 없자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HAAH가 아직 투자 의사를 철회하지 않은 만큼 법원의 최종 결정전까지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수 개월간 시간을 끌다 법원의 최종 기한까지 어긴 HAAH가 이번주 내에 결론을 내릴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강하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쌍용차는 존속과 청산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법원은 우선 쌍용차의 자산 및 재무상황을 평가해 존속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바탕으로 쌍용차 정상화 방안을 추진한다. 청산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쌍용차의 청산을 결정하면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 2만여명의 실직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법원은 구조조정 후 매각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동의를 거쳐 회생 절차에 돌입할 경우 부실을 정리하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업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처분한 상태라 회생계획안에 담을 내용이 마땅치 않다.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 회생계획안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2600여명의 정리해고로 불거졌던 '쌍용차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거쳐 몸집을 줄이면 HAAH의 투자 결정에 속도가 날 수도 있다. 그동안 HAAH의 제무적투자자들은 쌍용차 인수시 떠안아야 하는 37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한 부담으로 결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이후에도 HAAH가 끝내 투자 결정을 철회할 경우 국내 업체 등 2~3개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에도 전체 임직원의 36% 수준인 2600여명을 정리해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과거보다 유리하다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당시에는 특별한 신차도 없었고 노조역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노조와 전기차와 함께 신차역시 출시하기 위해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에 투자자를 찾아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되면 고비를 넘고 새로운 가능성과 기존의 일자리문제 등이 해결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HAAH가 산업은행과 같은 한국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만큼 이부분만 해결돼도 한결 쉽게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악의 경우 HAAH 이외의 투자자를 찾아야 할 경우 국내 업체나 사모펀드 등의 인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쌍용차로 인해 발생할 실직인력이 많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기업 청산은 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AAH는 투자자 설득에 난항을 겪고 있고 에디슨모터스는 인수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새 투자자를 찾더라도 인력 및 생산 규모가 크게 축소되거나 기업 형태 자체가 위탁생산전문업체 등으로 바뀌는 식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