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 3차전 한국-호주 '창과 방패' 대결…손흥민·차두리·김주영 결장 예정
[미디어펜=김재현 기자]오늘 저녁 여러분들은 무엇을 할 생각인지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니 특별한 일이 있더라도 TV 본방 사수하시면 어떨까요? 오늘(17일) 오후 6시 '2015 호주아시안컵' A조 예선 3차전이 열립니다. 한국대표팀은 오만, 쿠웨이트를 이기고 이미 8강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축구팬들은 답답한 한국축구에 실망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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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호주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한국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16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마친 뒤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우리나라를 대표해 사력을 다해 뛰는 이들에게 지금 박수와 응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되찾을 실력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피파(FIFA) 랭킹은 69위로 역대 최저입니다. 그동안 한국축구의 퇴보를 함께 지켜봐야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아시안컵이 한국축구의 마지막인 것은 아닙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공식적인 첫 무대입니다. 지나친 기대는 실망이 큰 법입니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슈틸리케호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응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시안컵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한국축구는 아시아의 맹주로 위세를 떨쳤습니다. 그러나 역대 최강 멤버라며 아시안컵에 도전했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적이 없는 듯 합니다. 55년만에 아시안컵 정상 도전기라고 하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누가 이런얘기를 했습니다.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없는 것이다. 피파랭킹 낮은 팀들도 무섭게 실력상승하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아시아의 맹주가 아니다.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번 호주 아시안컵을 보면서 빈약한 공격력과 허술한 수비벽에 축구 관전을 하면서 경기 내내 아쉬움으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담배 값도 올랐는데 어쩔수 없이 담배 한모금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습니다. 한국축구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애국자로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만전 1대0, 쿠웨이트 1대0. 모두 1골로 신승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오만전은 볼만 했습니다. 좌우 날개인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튼 원더러스)가 상대 수비라인을 뒤흔드는 맹활약을 펼쳤고 2선의 구자철(마인츠)은 상대 수비를 깨뜨렸고 공격을 무력화 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마인츠)도 경기를 조율하면서 만점 활약을 펼쳤습니다. 물론 득점이 적었을 뿐이지만 호주아시안컵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물론 해외파의 이름값도 한 몫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픕니다. 이청용은 정강이 실금으로 부상을 입고 아시안컵을 뒤로 하고 짐을 싸서 소속팀으로 돌아갔습니다. 왜 이청용에게는 운이 없을까 씁슬했습니다. 영국 2부 리그에서 뛰는 것도 야속해죽겠는데 말입니다. 손흥민과 구자철 역시 감기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오락가락 날씨에 호주 바이러스가 한국축구를 시기했는지 이 둘의 출전에 발목을 잡았습니다.
수비는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스피드가 돋보이는 센터백 김주영은 오만 선수에게 발등을 밟혀 쿠웨이트전에 결장하게 됐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깅영권과 장현수를 내세워 쿠웨이트전에 투입시켰지만 이들의 캐미는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습니다. 상대 공격수의 한번의 속임수에 수비벽을 내주었고 불안한 볼처리는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호주를 볼까요. 한마디로 '스파르타!"군요. 화끈한 호주 공격력에 혀를 내두릅니다. 쿠웨이트와 오만을 상대로 두 경기 연속 네 골을 폭발시켰습니다. 현재까지 8골로 A조 최다 득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2골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오늘 열리는 호주전 관전포인트는 무지막지한 호주 공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최선의 수비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공격한다면 그만큼 수비를 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됩니다. 달리 생각해보지요. 아무리 최선의 공격을 하더라도 수비가 허술해 골을 먹게 되면 그만큼 공격 의지가 꺽이게 되기 마련입니다.
또한 호주전 승리도 중요하지만 8강에 오른 만큼 앞으로 준비해야 할 8강전이 더욱 중요합니다. 여기서 저는 나름대로 위안을 찾으려고 합니다. 젊고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젊고 어린 선수일수록 혈기는 왕성하지만 노련미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한국축구의 대들보였던 박지성이 국제무대에서 펼쳤던 활약을 기억할 것입니다. 물론 실력에서도 최고였습니다. 그보다도 더욱 그를 빛나게 했던 것은 경기운영이었습니다. 가끔 TV 화면에 박지성이 손짓을 하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조율하던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팀과 용호상박 공방을 펼치면 우리팀을 진정시키며 차분하리 만큼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 몸을 사리지 않는 축구로 동료들의 전투력을 상승시켰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 했습니다.
간혹 누구는 국내용, 또 다른 누구는 국제용이란 평가를 합니다. 국내용이란 오명을 얻은 이들을 보면 대부분 처음 국대에 뽑혔거나 국제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이들의 경기력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이들이 자신의 최고 기량을 선보일 때를 인내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애국자가 되겠지만요...축구팬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더라도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축구팬들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한국 축구팬에게 맞을 소리를 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호주에게 4대0으로 져도 좋습니다. 슈틸리케호에게 야유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제 막 슈틸리케호가 망망대해를 항해하기 위해 출항했을 뿐입니다. '땅콩회항'처럼 다시 항구로 후퇴한다면 그때 실컷 소리질러 욕을 해대겠습니다.
한국대표팀의 저력을 믿어봅니다. 비록 아시안컵 성적이 안좋아도 앞으로 기다리는 국제경기가 무수히 많습니다. 슈틸리케의 DNA가 무르익기를 기다려봅니다. 우리는 유독 한국축구를 얘기할 때 월드컵과 결부하길 좋아합니다. 월드컵때만 반짝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듯 합니다. 응원문화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한국대표팀에게 손가락질 했던 분들도 박수를 칠테니까요.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은 어디냐고 물어보면 단박에 답변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반대로 좋아하는 프로축구팀은 어디냐고 하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지인들도 많습니다. 아니 "한국축구는 재미없어"라고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국축구도 바뀌어야겠지요. 한국 축구팬들도 달라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오늘 저녁 치맥을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