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기단 운용·카고 시트 백 운영 등 지난해 2383억 영업익 기록
전방위적 구조조정…우한 전세기 탑승해 '노블리스 오블리주' 보여
'상박하후'형 인사로 직원들과 소통 경영 의지 내보이기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경영 정상화는 숙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선대 일우 조양호 회장이 미국에서 급서해 한진그룹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등 위태로운 순간을 넘겨왔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을 실현해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경영 정상화 등은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24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을 예정이며 사내 메시지도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조원태 회장은 재작년 이날 취임 순간부터 숨가쁘게 달려왔다.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 등 3자로 이뤄진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이 맹위를 떨쳐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 회장직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한 한국산업은행의 지원 아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재계와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가장 큰 성과로 코로나19 시국 속 경영난 타개를 꼽는다.

조 회장은 23기에 달하는 대형 화물기단을 적극 활용해 항공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내고자 했다. 이것도 모자라 그는 대한항공 여객기 좌석 위에 안전장치인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설치·운영하고 보잉 777-300ER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개조해 투입하는 등 화물수송 역발상 전략을 제안했다.

   
▲ 지상조업사 한국공항 직원들이 기내 좌석에 짐을 실은 모습과 좌석 탈거 작업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 정비본부 직원들./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실제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2383억원을 내는 기염을 토해내 줄도산을 이어가던 글로벌 항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조 회장의 코로나19 극복 사투 노력의 결실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조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유휴자산을 과감히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윌셔그랜드센터 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서귀포 칼(KAL)호텔 △제주칼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왕산레저개발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등 과감한 '호텔 바겐세일' 방침을 천명했고 일부는 매각이 완료됐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의 칼 리무진(KAL LIMOUSINE) 사업부, 기내식·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부를 사모펀드에 넘기는 등 전방위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 회장은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는 2조원 수준의 대한항공 운영자금 지원을 받아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통해 4조5000억원 내외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런 가운데 조 회장은 중국 우한으로 가는 전세기에 직접 탑승해 현지 교민 안전 수송을 진두지휘 하는 등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그룹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력 해고 없이 직원 순환 휴직을 실시하며 통상 임금의 70%를 지급해 코로나19 시대 속 'K-항공 경영'의 표본을 수립하기도 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상박하후'형 인사로 직원들과 소통 경영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대한항공 임원 인사는 일부 보직 이동 외에는 내지 않고 평사원들은 사기 진작 차원에서 승진 인사를 실행했다.

조 회장의 소통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변화의 바람은 기존의 권위적인 기업 문화의 축소와 자율적인 업무 문화로 이어졌고, 이를 토대로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서로 믿고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분위기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선순환 덕에 대한항공 전 사업부문의 역량 극대화가 가능했고,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시장을 선점하고 최악의 위를 넘길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항공 화물 수요가 해운 등으로 분산 돼 점차 줄고 있고 여객 수요 회복은 현 시점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업황이 회복되기 까지는 4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하기도 했다. 국적 양대 항공사들과 저비용 항공사들 간 통합이 동시에 이뤄질 것인 만큼 한국 항공산업 재편의 열쇠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재무 상태가 위험 수준인 만큼 재도약 전략 수립은 과제로 남아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중복되는 장거리 노선은 극히 드물지만 수많은 언론 매체들과 여론은 벌써부터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고용 보장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많은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설득해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도 조 회장이 풀어야 할 점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