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부동산생활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존폐 기로에 서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수장이 교체됐다. 지난해 12월 변창흠 전 사장 퇴임 후 4개월여 만이다.

신임 사장은 전 국세청장이다. 그동안 LH 사장은 국토교통부 출신이나 주택·토지 관련 전문가였다.

지난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통합 이후 초대 사장직을 맡았던 이지송 전 사장은 현대건설 대표이사였고, 2대 이재영 사장과 3대 박상우 사장은 국토부 출신이며, 4대 변창흠 사장은 SH 사장을 역임했다.

사정기관 출신 수장. 극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다. 의도는 분명하다. 전문성보다 공직기강 확립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시작된 LH 사태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본분을 망각한 공직자 일탈의 파장은 일파만파 퍼지며 변창흠 국토부 장관까지 낙마했지만 민심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김현준 사장은 지난 26일 취임사를 통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 하겠다"며 개혁과 혁신을 예고하고, 이틀 후인 28일에는 광명·시흥지구 현장을 방문했다. 취임 이후 첫 행보로 땅 투기 의혹의 진원지를 찾은 것이다. 김 사장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사진=LH 제공


느슨해진 조직을 쇄신하는 것은 분명 김 사장의 과제이다. 이를 위한 개혁도 불가피하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 일대에 205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주택공급이다. 스무 번이 넘는 헛발질 끝에서야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전환한 정부가 미덥지 못하지만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는 필수이다.

수도권 공급 물량 205만호 중 60% 수준인 115만호를 LH가 담당한다. 혁신을 위한 채찍질에만 집중하다 자칫 주택공급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는 29일 대전 상서와 울산 선바위 등 지방 2곳만 신규 공공택지로 선정했다. 정작 관심을 모았던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발표는 없었다. 광명·시흥지구 등 투기정황이 있는 후보지에 대한 경찰 수사와 법령 개정 이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13만1000호 택지 공급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LH의 역할이 절실하다. 공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업추진에 탄력을 붙여야 한다. 이대로는 문재인표 '부동산 투기와 전쟁'도 패색이 짙다.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전쟁에 승리할 수 없다. 땅에 떨어진 LH 직원 사기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핵심은 주택공급을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이다. 공급절벽이 심해지면 시장의 불안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출범 후 최대 위기에 놓인 LH와 구원투수로 나선 김현준 신임 사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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