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내에서 ‘균형 외교’란 말이 많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외교적 부담을 방증한다. 그런데 ‘균형’을 잡으려면 그 균형의 기준점이 있어야 하고, 그 기준점은 ‘국익’이 되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국익’이 과연 무엇인지 합의된 것이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균형 외교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포럼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말이다, 또한 이날 “우리외교를 놓고 ‘원칙’ ‘국익’ ‘전략’이란 말을 많이 하지만 실상 어느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논쟁하려고 하지 않더라"는 현실 문제도 제기됐다. 

이번에 외교전문가들의 토론장에서 나온 이 지적은 사실 전문가들을 개별로 인터뷰할 때 종종 들어온 얘기였다. 그만큼 외교전문가들 사이에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엔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단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탄탄한 대외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외교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안보전략연 포럼에서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우리나라는 전략외교를 한 경험이 없다. 심지어 한국과 같은 중소국가는 전략외교가 필요없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작은 나라는 그저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고 줄서기 하면 충분하지, 선제적 행동을 하거나 예방적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식의 얘기를 꽤 많은 사람에게 듣고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우린 왜 외교 노선을 넘어서 전략적 논쟁도 없고, 공감대도 없고, 전략외교를 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면서 “중립외교 국가로 대표되는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선 내부적으로 대외정책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 공감대 안에서 외교가 구사된다. 그 나라엔 소위 ‘남남갈등’은 없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전략외교, 국익외교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분단국가, 중견국가, 통상국가(높은 경제의존도, 자원빈국), 지정학적 중간국(낀국가) 등 4가지가 우리의 정체성이고, 이런 약점과 강점이 외교전략 수립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이 작심하고 말하는 우리외교의 현주소는 꽤 뼈아팠다. 실제로 많이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문재인정부의 외교를 돌이켜보면 산적한 외교 현안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제시된 목표는 ‘남북 대화’였다. 그리고 중장기 계획으로 잘 제시된 것도 ‘통일’, 그 이전에 ‘남북경제협력’이었다. 

그 외 ‘사드’ ‘쿼드’ 등 미중 사이에 낀 현안들에 대해선 두루뭉술한 태도로 일관했다. 게다가 일본과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일본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반발을 내부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우를 범했다.

물론 ‘북핵’ 문제가 시급하고 ‘남북관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에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면서도 북한이 반발하니까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면서 전작권 전환은 요원해졌다.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미동맹을 과시할 시점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갈라치기’를 당했다. 우리정부가 유난히 외교 현안에서 말을 아끼고 있는 사이에 ‘줄서기’ ‘눈치보기’로 낙인찍히는 안타까운 현상을 낳았다. 
  
여기에 대미·대중 외교전략 수립에 가장 걸림돌이 된 북한 문제에서도 남남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이다. 정부의 남북대화를 막겠다고 야당이 한미동맹을 이용하는 행태는 정말 코미디다. 하지만 국민정서 밑바닥에 깔린 ‘북한에 대한 불신’을 정부가 무시해선 안된다. 북한 문제를 집권에 이용하다보면 야당의 반발과 국민반감을 해결할 길은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전략연 포럼에서 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가 지적한 ‘국익에 대한 합의조차 없었다’는 말은 정부에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고 본다. 그는 “균형 외교란 말을 많이 하는데, 우리외교는 적당히 대응하는 외교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에서 과연 ‘국익’을 놓고 논의한 적이 있었나. 과연 우리 내부에서 국익에 대해 합의된 것이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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