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LCA 규제 움직임…에너지 생산 과정부터 폐기물까지 포함
현대차그룹, '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으로 LCA 대응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과정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앞으로 보여줄 친환경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향후 중장기적인 방향성이 그룹의 체질 개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만큼 업계는 정의선 회장 방식의 친환경 경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정의선 회장은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제조, 운영 및 폐기 등 전 과정에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일반 제조업과 달리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은 상당히 복잡하고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제조 단계부터 리사이클링 되는 과정까지 모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정의선 회장의 결정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는 제조 단계에서부터 수만 개의 부품이 사용될 뿐 아니라 운영 중에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또 사용 주기가 끝나면 발생되는 폐기물 역시 큰 규모다. 

그럼에도 정의선 회장은 이같은 결정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미 유럽연합(EU)과 중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규제를 '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LCA를 적용하게 되면 고려해야 할 것은 더 많아진다. 

지금까지는 '연료 탱크부터 바퀴까지(TtW)'인 주행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유정에서 바퀴까지(WtW)'인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부터 살펴야 된다.

또 제품을 이루는 원료부터 사용 중 윤활유 및 부품 교체와 폐기·재활용 등 자동차의 전체 순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EU는 지난 2019년 자동차에 대한 LCA기준 논의에 들어갔다.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는 새로운 자동차 환경 규정을 발표하면서 EU에 LCA규제 도입 적용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2023년까지 승용차 및 경상용차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에 대한 EU 공통의 전과정 평가 방법과 법제화 같은 후속 정책 등을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발표한 중국도 2025년 이후 도입을 위해 LCA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에 비해 친환경 전환시점이 늦은 만큼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후 미국역시 이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친환경 정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위해 LCA를 도입할 여지가 높다.

LCA규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현존하는 궁극의 친환경차였던 순수 전기차(BEV) 역시 재평가 대상이 된다. 반면 자체적인 발전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HEV)가 재조명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원료부터 따지는 전체 주기를 살펴보면 고효율 하이브리드의 CO₂ 배출 저감 효과가 전기차 못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하이브리드차가 LCA규제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차라고 지목했다.

   
▲ 4세대 신형 쏘렌토부터 적용된 현대차그룹의 신규 하이브리드 시스템적용 엔진. /사진=기아 제공

대다수의 국가들의 발전소가 아직은 화력발전 등의 수단을 통해 화석연료로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LCA기준으로 보면 전기차 역시 상당한 탄소배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장 빠른 유럽 역시 화석 연료가 에너지 믹스(전력 생산 방법 비율)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생애 주기로 시각을 확대하면 하이브리드차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LCA방식 규제 도입이 하이브리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전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거로 하이브리드카 육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신차 가운데 하이브리드의 비중을 50%로 채울 것이며, 일본도 LCA를 고려한 장기 목표를 강조하며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비중을 최대 40%로 설정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개발 경험과 누적 판매실적이 상당한 현대차그룹에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그동안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자동차 산업의 과도기적인 산물로 여겨져 왔다. 최종목표는 전기차 였고 그 사이의 친환경규제에 적응하기 위한 단계에서 발생된 모델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제조부터 폐기 되는 전과정을 다루는 LCA구제가 적용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는 오히려 핵심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이런 부분은 현대차그룹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있어 글로벌 최상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허면에서는 일본의 토요타가 독보적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재미와 환경성 모두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세계최초로 상용화시킨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 때문이다. 배기량을 줄이고 과급기를 통해 출력을 향상시켰다. 여기에 전동화까지 적용돼 배출가스를 현격히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 것이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터보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첫 등장당시 비난여론도 많았지만 이를 상용화 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와 소비자들에 많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다양한 모델에 적용시키면 LCA규제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 

한창 개발중인 E-GMP 기반의 전기차 모델의 후처리에서도 현대차그룹은 LCA규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방안이 마련돼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와 사용, 폐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 현대자동차의 세계 최고수준 수소연료전지차 핵심기술 수소 스텍(Stack). /사진=현대차 제공


따라서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재사용 및 재활용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산업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사용주기가 끝나도 탑재된 배터리는 70%가량의 성능을 유지하는 만큼 ESS 등 대용량 저장장치에 활용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2018년부터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배터리 제조사인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배터리 재사용 방식의 'BaaS(battery as a Service)'를 통해 공급원가를 낮추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도 LCA 대응에 있어 중요한 과제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초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와 EV6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적용했다.

아이오닉 5는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에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사용된 페인트를 적용했으며, 시트는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사가 포함된 원단으로 제작했다.

또 재활용 투명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원사로 제작한 직물을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팔걸이)에 적용했고, 종이의 가벼움과 자연 소재 외관을 가진 페이퍼렛 소재를 도어가니시에 사용했다. 시트 제작을 위한 가죽 염색 공정까지 식물성 오일을 사용했다.

EV6 역시 도어 포켓, 크래시패드 무드조명 가니시, 보조 매트, 친환경 공정 나파 가죽 시트 등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아마씨앗 추출물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실내 곳곳에 적용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LCA를 비롯한 친환경 전환 추세에 발맞춰 생산 프로세스 및 에너지 효율 개선, 청정 연료 생산, 여가 에너지 저장 등 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전 사업장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획적으로 줄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현대차그룹의 비전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연설 당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차세대 넥쏘 등 다양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자동차 기업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수소 트램, 수소 선박 등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 모빌리티의 이점을 전 세계인이 누릴 수 있도록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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