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와 시장 흔들 기후변화…포괄적 정책 준비
신기후 시대 경쟁력 확보 위한 움직임 가속화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제질서와 글로벌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유예기간을 거쳤던 각종 정책과 규제들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위기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촉발된 새로운 레이스에서 앞서가기 위한 경쟁은 이미 뜨겁다. 경제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의 질서를 주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친환경 전략을 가속하며 격변하는 환경에서의 생존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기후 시대’ 주도권을 잡아라

최근 국제 정상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에서는 ‘기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기후 정상회의’와 지난달 30일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영국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 11월 예정된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도 ‘탄소중립’ 등 기후 이슈가 핵심 어젠다가 될 전망이다.

주요 경제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을 핵심 과제로 내걸고 있다. 향후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각종 법안과 규제가 점차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1월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가 화석 연료 소비와 개발 감축, 신재생 에너지 체제 등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는 환경이 국가 경제는 물론, 기업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 중립시대를 맞아 국제질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변화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물론,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포괄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토론세션에서 서울선언문을 공개하자 각국 정상들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높아지는 환경 장벽…극복해야만 하는 과제

선진국들은 친환경·스마트 기술 확대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환경장벽을 높이고 있다. ‘탄소 국경세’가 대표적이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적은 국가로 상품과 서비스가 수출될 때 적용되는 무역 관세다. 자국외 국가에서도 온실가스를 줄이게 하자는 취지다. 유럽에서는 탄소국경세 관련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고,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친환경 기술력이 떨어지는 국가에 더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 전환 등 정책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신경제·사회구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상 탄소중립이 쉽지 않은 과제로 지목된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과 석탄발전 비중이 높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국민 등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 나온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환경·에너지 문제를 제약한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시민·환경 단체는 규제강화를, 기업은 규제가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갈등 구조도 발생했다” 며 “최근에는 외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움직이는 기업들이이 많다. 정부도 (배출)규제 등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 변화된 환경에서 기업들 새로운 기회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제공

기후가 바꾼 산업 지형도…더 중요해진 미래전략

기후변화는 산업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를 생존 위협으로 판단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탄소중립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영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고객들의 환경 요구 기준 강화, 국제 탄소 배출권 상승 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요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저감 활동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최근 친환경을 무기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수십년동안 시장을 쥐락펴락한 공룡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표적인 산업 분야가 자동차다. 지속적으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환경성이 강조되면서 1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내연기관 자동차는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사운을 걸고 전기차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다른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 변화에 따른 친환경 패러다임을 이끌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산업구조와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늦은 우리는 치밀하고 속도감 있는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정부-기업-학계의 공동 대응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1·2차는 물론, 3·4차 산업에 연쇄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산업 생태계 급변으로 인해 일자리와 먹거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각종 규제와 강성노조, 경직된 노동법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바이 아메리카, 국내 시장 공동화 등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능동적 산학시너지 강화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