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정한 보상' 요구, 교섭 반영될지 관심사
전동화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 주요 이슈로 부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달 말부터 완성차 업체들의 사측과 노동조합이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올해 임금협상 시즌에 돌입했다.

올해 교섭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투자계획, 정년연장 등으로 모두 간단치 않은 안건들이어서 노동조합과 사측간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계 노조들은 "2021년 임투 승리를 위해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0년 투쟁의 역사 2021년 임투로 이어진다."는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기차 넥쏘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하나같이 '투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임협·임단협 대신 임투·임단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측을 협상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노사간의 상생협력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됐던 글로벌 시장이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패러다임 속도는 더 빨라졌다. 

심지어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심지어 백여 년간 만들어 오던 내연기관 자동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로 전환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경쟁자로 쳐주지도 않던 테슬라라는 업체가 갑자기 튀어나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에 맞서 완성차 업체들이 반격을 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반전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동조합은 성과급, 투자계획, 정년연장 등의 문제를 두고 올해만큼은 양보 없이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상견례를 갖고 교섭을 시작했고, 기아 노조는 사 측에 단체교섭 요구안을 발송한 상태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사 측과의 갈등으로 1년 넘게 지난해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하며 대표노조가 교섭권을 잃었다. 교섭 대표 노조를 확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 임단협 재개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지부는 임금 9만9000원 인상을 공동 요구안에 포함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을 동결한 만큼,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금 인상과 함께 현대차 노조는 성과급으로 당기순이익의 30%를,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통상임금 150%에 해당하는 성과급과 코로나19 격려금 400만원 지급을 요구안에 넣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교섭 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금 동결을 결정했다"며 "조합원의 희생을 계속 요구할 수 없다. 올해는 사 측도 노조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더욱이 올해는 사무직 노조의 조합원들 의견이 교섭에 반영될지도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은 대표노조가 생산직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복수노조인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사무직 노조)'을 설립했다.

특히 대표노조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는 만만치 않은 줄다리기 협상이 예고됐다. 

   
▲ 한국지엠의 전기차 볼트EV 검수라인. /사진=한국지엠


이 밖에도 국내 투자 계획 확정과 정년연장 등 고용과 관련한 안건도 핵심 의제로 주목받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가 해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거나,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산직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발생된 안건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앞서 오는 2025년까지 8조4000억원(74억달러)을 미국 시장에 투자하고 현지에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교섭 테이블에 올려 문제 삼을 계획이다. 

양사 노조는 미국 투자보다 국내 고용 보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먼저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투자계획은 앞서 장기플랜에서 발표했던 내용의 일부분이다. 이에 여전히 국내 투자가 더 많이 진행된다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발표한 건 5만 조합원과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회사는 노조와 국내공장 우선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 특별협약부터 체결하고 난 뒤 해외공장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부평 1, 2공장과 창원공장의 구체적인 미래발전 계획을 확정해 알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특히 2022년 하반기 이후의 생산 일정이 잡히지 않은 부평 2공장에 전기차 등 신차를 투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노동집약적 업종이었다. 하지만 전동화를 맞이하며 이 또한 변화했다. 제품 제작공정이 변화했고, 필요인력 역시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제조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인건비가 아닌 배터리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량생산의 버팀목이 됐던 수많은 생산직 근로자들은 고정비 부담을 덜어내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거추장스런 존재로 전락할 형편이다. 

노조의 존재 이유는 근로자들의 권익보호인 만큼 일단 일자리부터 지켜내야 한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큰 물결 속에서 노조가 할 일은 어떻게 해야 기업이 살아남고, 한 사람의 근로자라도 더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사측과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막을수 없는 만큼 잘 적응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제는 투쟁이 아닌 상생을 위해 협력해야 될 때"라고 조언 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