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기자] 아시안컵 한국-호주와의 결승전 연장후반 45분, 인저리타임 1분을 남기고 한국대표팀은 마지막 사력을 다해 동점골의 기회를 만드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체력은 바닥이었으며 정신력으로 버텼다. 슈틸리케 감독도, 축구해설자도, 한국을 응원하던 축구팬들도 이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 31일(현지시각) 오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후반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번 아시안컵은 한국축구대표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한국 선수들이 TV 화면에 나올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저절로 나왔다.

비록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물거품 됐지만 한국축구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각) 오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에서 연장 끝에 2대1로 아쉽게 석패했다.

한국대표팀은 A조 예선 호주전에서 이정협의 골로 이기긴 했지만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지닌 호주대표팀을 우습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특히 호주는 양 측면에서 시작되는 득점력은 혀를 내두를 만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양 측면의 공격을 대비하듯 좌측 박주호와  김진수를 내세우며 호주 우측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1대0으로 수세에 밀렸던 한국대표팀이 후반 45분 터진 손흥민의 왼발 슛이 골 네트를 흔들릴때 기사회생하며 아시안컵 우승 염원을 이어갔다.

호주 응원단의 노란 물결은 이미 우승한 듯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한국축구사의 길이 남을 장면을 손흥민이 만들면서 승리의 기쁨에 도취됐다.

다만, 아쉬운 장면이 연장전에서 나왔다. 연장전반 15분께 왼쪽 수비수인 김진수의 안이한 힐 패스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진수의 힐 패스가 호주 공격수에게 막히며 사이드라인에서 공방을 펼치던 중 접전 끝에 김진수를 제친 호주팀의 땅볼 크로스가 김진현 골기퍼에 손에 맞았지만 운이 없게 호주 제임스 트로이시 앞으로 흘리면서 통한의 한 골을 내주었다. 

이후 한국대표팀은 미드필더까지 공격에 가세하면서 호주의 골문을 두드리려 했지만 행운의 여신은 호주에게 손을 들었다. 모든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통한했다.

한국대표팀의 기대주인 이청용과 구자철의 부상이 뼈아팠다. 차포 뗀 상황에서 젊은 피들로 구성된 한국팀이 결승까지 오른 것만 대견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지만 여러 장면은 아쉬웠다.

결승전은 그 어떤 경기보다 심리적인 압박이 상당하다. 호주에게 한골을 헌납했을 때 한국대표팀은 우왕좌왕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는 사라졌고 한 골을 위해 달리기만 했다. 강한 압박과 체력전을 전후반 보였던 한국대표팀은 오버페이스했다. 후반 중간부터 체력이 떨어졌다.

만일,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를 구사했다면 좀 더 세련된 축구를 보여줄 수 있었을 터. 2006년, 2008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던 박지성이 떠올랐다. 젊은 선수들이 흥분한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을 안정시켰고 우리팀이 실점했을때는 자신이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볼을 뺐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안컵에서 젊은 선수들은 종횡무진 뛰었지만 효과적인 플레이가 부족했다. 비록 지고 있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찬스를 만드는 시도를 했다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뻔했다. 

또한 수비수들의 안이한 볼 처리다. 수비는 한번의 실수가 치명타다. 물론 체력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정확한 볼처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연장전반 김진수의 힐 패스는 안이했다. 결국 그 찬스를 놓치지 않고 호주가 한 골을 성공시킨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국축구가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계기였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그렇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로 한국축구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이후 한국축구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4년 월드컵은 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축구팬들도 한국축구를 외면했다. 이때 한국축구는 새로운 승부사를 원했고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축구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얼마 안돼 아시안컵을 맞게 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다. 이번 호주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박주영의 부진으로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가 걱정됐고 무게있는 스타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손흥민이 독일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 선수였기 때문에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치켜세우는 여론에 부담감도 컸으리라 생각한다.

슈틸리케호의 첫 공식 해외경기에서 보여준 결과는 대단한 성과다. 젊은 선수들이 이번 경기를 시작으로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기쁘기만 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한국축구의 현재 수준을 확인하는 자리였고 또한 앞으로의 청사진도 그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