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투자 등 행태변화 통한 자체 감축 유도…탄소세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정책 논의
[미디어펜=나광호·김견희 기자]"코스피 보다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 파생상품 같은 수단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16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탄소배출권, 거래활성화 제도 재정비'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펜 2021 산업혁신포럼'에서 "2023년까지 미성숙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논하는 과정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탄소배출량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축적된 자산이 얼마냐 되느냐를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 16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탄소배출권, 거래활성화 제도 재정비'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펜 2021 산업혁신포럼'에서 (왼쪽부터) 임재규 에경연 선임연구위원, 박호정 고려대 교수, 김태선 나무 E&R 대표가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의 취지는 기술에 투자하는 등 행태 변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만, 이같은 목표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유상할당을 통해 조성되는 수익이 감축투자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면서 "낮은 유동성을 비롯해 시장기능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널리 퍼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임 위원은 "최근 탄소세가 언급되는 것도 지난 6년간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조정하면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3차 기간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유동성도 부족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서방 선진국들이 설계한 프레임이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거스르기 힘들다"라며 "한국도 탄소중립 선언 및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전력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등 30년에 걸쳐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탄소국경세는 중국·인도 등 거대 개발도상국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유탄을 맞고 있는 셈"이라면서 "제도를 잘 만들고 탄소에 대한 제대로된 지불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 16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탄소배출권, 거래활성화 제도 재정비'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펜 2021 산업혁신포럼'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김태선 나무E&R 대표는 "높은 변동성은 가격 등락 폭이 크다는 것으로, 금융시장에선 주체 자산에 대한 성격이 명확해야 상장할 수 있다"며 "탄소배출권 시장의 경우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파생상품 도입이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KAU 변동성은 탄소배출권 상장일인 2015년 1월12일부터 2021년 4월30일까지 종가 데이터 기준 32.4%인 반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1월 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KAU 연간변동성은 49.4%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증권시장에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파생상품의 라인업이 구축돼 있지만, 7년차에 접어든 탄소배출권 시장에 이런 상품은 전무한 상태"라며 "제도적 문제도 얽혀있어서 시장답게 변화하는 것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장내 파생상품이 상장되길 바라고 있다"면서 "파생상품이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격 거품이 제거되고 고유 수익에 대한 편익 수요에 선물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