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CC 본사, 어디든 상관X…허브 공항, 철저히 수요에 맞춰야"
"MRO, 인천을 중심으로 하되 사천에선 군용기 정비 위주로 해야"
"규제일변도 국토부, 안전에만 신경쓰고 전문성 지닌 인사 둬야"
"항공공제조합·항공아카데미, 어수선한 때 퇴직 공무원 자리 보전용"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통합 대한항공 독과점 논란은 항공 시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 것이며, 중국이나 중동 항공사가 아닌 이상 회계 투명성은 보장 돼 있다."

   
▲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14일 연구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통합 대한항공 출범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허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항공사 M&A는 2000년대에 접어들며 빈번하게 있어왔다며" "항공사 통합에는 크게 브랜드가 소멸되는 미국식과 존치되는 유럽식이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메이저 항공사끼리 합병을 통해 노스웨스트, US에어웨이즈, TWA 등이 사라지고 지금의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이 됐다.

허 교수는 "유럽은 지정학적으로 나라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항공사들의 역사가 깊다"며 "이 같은 특성상 국적 대표 항공사 간 통합이 이뤄졌는데,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기존 브랜드들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30여년 간 이어온 아시아나항공 브랜드는 대한항공과 합병에 따라 예정대로라면 오는 2024년 1월 사라지는 만큼 미국식을 따라한다고 할 수 있다. 허 교수는 "대한항공 독점을 깨겠다는 명분 아래 시장에 진입했는데 다시 대한항공만 남게 된다는 것은 미국 모델이 우리나라에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일본 스가 내각도 JAL과 ANA 통합을 검토 중인 만큼 대한항공 사례가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외부에서는 국내 '항공왕'이 될 한진그룹 경영 투명성·항공 시장 내 경쟁 제한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허 교수는 "지난 16일 경실련에서의 쟁점도 회계 투명성, 독과점 문제를 거론하는데 항공업에 대한 몰이해가 불러온 것"이라며 "우리보다 땅 덩어리가 큰 독일에서도 1국1사 정책으로 FSC는 루프트한자 하나 뿐"이라고 답했다.

회계 투명성에 대해서도 "동방항공이나 남방항공 등 중국 항공 3사는 업계가 신뢰 하지 않을 정도로 회계 장부를 믿을 수 없다"며 "카타르항공 등 중동 3사는 정부 보조금 지원 등으로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아 WTO 제소당하는 건 일상 다반사"라고 했다. 그런 만큼 대한항공의 회계 투명성을 가지고 문제 삼는 건 넌센스라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한국 사회 전반에 반기업 정서가 깔린 탓"이라고 설파했다. 실제 기존까지도 대한항공이 회계 투명성으로 지적받은 사례는 없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를 구성한 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대주는 과정에서 생긴 것인 만큼 달리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산업은행과 8대 의무사항도 각서로 만들어 체결했다. 이에 허 교수는 "경영상 중요한 건에 대해서는 산은과 사전 상의토록한 게 있다"며 "이는 경영 재량권이 제약받을 요소를 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투자 결정은 영업상 기밀인데 국민 혈세가 들어갔다는 명분으로 감시 장치를 만든 옥쇄"라며 "비전문적 단견을 사실인 양 외치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한항공에는 이 같은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회사가 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엄습해오던 수준이었고,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합 대한항공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허 교수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는 루프트한자가 전체 슬롯의 70% 이상을 점하는데도 독과점 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은 40%에 불과하다"고 했다.

인천공항에는 약 80여개 외항사들이 취항해 있는 상태다. 항공권 가격을 올릴 경우 외항사들이 가격 경쟁을 펼치는 만큼 소비자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허 교수 전망이다.

허 교수는 "미국 LA타임즈는 10여년 간 항공사간 M&A 사례를 분석했는데 결과적으로 0.3~0.5% 가량 항공권이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와 소비자 편익은 증대됐다"고 했다. 이는 시민단체들과 국내 언론사들이 항공산업 구조와 상품 특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승적 차원으로 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은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대 항공사 통합 바람에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3사 통합도 논의되며 본사 소재지와 관련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허 교수는 "인천이나 김포 등 수도권에 항공 교통수요의 ⅔ 가 몰린다"며 "제주항공의 본사는 제주도에 있지만 허브는 수도권에 있다"고 언급했다. 어디까지나 소비자 편익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허 교수 지론이다. 다만 본사 소재지는 어디에 두든 크게 문제 되지는 않지만 허브 공항은 어디로 할지가 중요하다는 전언이다.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는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 독주 현상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이 점에 대해서도 허 교수는 "목표하는 시장 자체가 다르니 걱정할 게 없다"며 "현존 LCC 6개사 가을에는 9개사로 늘어나는데 단거리 국내선과 국제선으로 나눠볼 일인만큼 시장 중복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비 작업을 받는 대한항공 A380 여객기./사진=연합뉴스


한편 대한항공이 국내선을 얼마나 유지할지는 통합 이후에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김포·제주·김해 노선에서만 이익을 내거나 유지하는 수준이고 나머지는 적자를 기록하는 치킨 게임형 노선이라서다.

허 교수는 "앞으로 수년 내 항공 시장은 재편될 것이기에 거대 LCC가 등장해 시장을 점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국내 LCC는 적으면 2~3개, 많아봐야 3~4개로 줄어드는 등 M&A가 일어나되, 정리 파산이 아니라 역량을 모으는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상흔은 가시지 않은 상태지만 벌써부터 반일불매운동 이전 상황과 같은 LCC 경쟁 과당이 일고 있다. '트래블 버블'과 맞물린 시장 재편의 가능성이 제기되자 허 교수는 "실적 기대감이 높아져 주가도 올랐다"면서도 "CAPA 컨설팅, IATA, 전문가 저널은 코로나 19 이전으로 완전 회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보잉과 에어버스 등은 기내 거리두기 차원에서 좌석을 넓게 설계하는 추세다. 단위 좌석당 비용이 늘어 1인당 수익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은 허 교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이스타항공의 재취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회사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 교수는 이에 "국토교통부 운항 증명(AOC)을 다시 따내면 기존 노하우와 운수권을 살려 강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머니 게임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돼야 제대로 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정부가 항공 시장에 개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일반적 견해이나 관계 당국의 본래 역할에 대해서도 문의해봤다. 허 교수는 "국토교통부는 명색이 항공 주무부처인데도 기본적으로 항공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며 "항공업은 규제 산업이나 이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미국판 국토부 항공정책실인 CAB는 1983년 해체됐다. 대신 항공 시장 진입 규제를 풀고 FAA(연방항공청)가 안전 기술적 규제를 강화해 산업 경쟁력은 오르고 사고율은 하락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허 교수는 "가부장적인 국토부는 산업 보호와 시장 규제 칼자루를 다 갖고 있다"며 "신설 항공사 사업운송 면허를 발급하며 자금력을 들여다 보는 건 치킨집을 차리는데 구청 위생과 직원이 장사가 가능한지, 여유 자금은 얼마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한 게임 룰을 세우는 건 공정위가 할 일"이라며 "국토부는 규제의 취지가 뭔지도 모르고 시장을 감독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토부 주력 부서는 물류·철도·주택 등이다. 상대적으로 항공 분야는 서자 취급을 받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허 교수는 "주무부처인데도 항공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순환 보직제에 따른 빈번한 자리 이동 때문"이라며 과장이 2년을 넘기지 않고 바뀐다"며 항공 전담 공무원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MRO에 대해서도 허 교수는 "이스라엘 IAI가 인천을 해외 사업장으로 택했다는 것은 해당 지역 시장성을 확인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인천에 MRO 단지를 세우는 것도 수십년 간 세계구급 정비 능력을 갖춘 대한항공을 빼놓고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인천시는 IAI에 임대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깎아줬기 때문에 그 정도 호조건은 국내 기업에도 제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사천에서는 보잉과 에어버스 꼬리 날개와 군용기 MRO, 스마트 무인기 사업 등이 전개되고 있어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며 "KAEMS는 마케팅 역량을 키워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공항 정치학' 논란이 따라 붙어왔다. 허 교수는 신공항 건설에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는 "(가덕도는) 최악의 국책사업"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가는데 경제성도 따져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가덕도에 활주로 하나 놓고 김해공항까지 두 곳을 존치하면 공역이 겹쳐 항공 안전상 위험한데 그래도 남겨둘 것인지 의문"이라며 비판 수위를 올렸다.

항공사들의 '신발' 역할을 해주는 지상조업사들은 정부가 항공사 지원에만 신경 쓴다며 볼멘 소리를 내왔다. 실제 이스타포트는 폐업처리 됐다. 정부 정책 실패 논란에 허 교수는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이 잘못됐다"면서도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는 통합될 것으로 보이고, 해고 등의 인력 구조조정은 가능성이 낮으나 경영진의 판단을 기다려 볼 일"이라고 평했다.

국토부는 최근까지 항공공제조합·한국항공아카데미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는 작년 초 코로나로 업계가 어려워져 국토부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당시 정부와 항공사들이 1조원 가량 시드 머니를 출자하고 상생하는 틀을 만들자는 골자로 이와 같은 구상이 생겨났다. 현업자들은 '옥상옥'이라며 있는 제도나 잘 활용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허 교수 역시 "항공아카데미도 만들 필요가 없다. 국제 수준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갖고 있지만 국내 4년제 대학들은 직종별 전문 인력을 배출한다"며 "이걸 만드는 건 전형적인 퇴직 공무원 자리 보전용"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어수선한 시기에 이런 근본 없는 조직을 만들어 보은 인사를 행하면 대학 교육 현장을 무너뜨리는 역효과만 생긴다"며 "국내 항공 관련 학과에서는 보안·정비 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교육을 하는 만큼 항공아카데미는 있을 이유가 하등 없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