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우수은행, 80% 기존 거래 기업 몰아줘
정부의 기술금융 활성화 속도전, 금융권 실적쌓기 고민

[미디어펜=김재현기자] 기술금융 우수은행들이 신규기업 대출보다 기존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금융 실적 쌓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하다는 애초 취지와 동떨어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 기술금융 시장이 정착화 되지 않은 결과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지난해 11월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 박람회 기술금융전시관을 방문해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기술금융대출 현황자료(작년 7월~11월)'를 분석한 결과, 은행 혁신성 평가 1위에 오른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실적은 1조278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신규거래기업 대출은 2809억원으로 22%에 그쳤다. 나머지 9973억원은 기존 거래기업에 대출해줬다.

2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은 신규기업 비중이 더 낮았다. 같은 기간 총 기술금융 대출은 9761억원으로, 신규기업 대출은 1945억원에 불과했다. 특수은행인 기업은행의 신규기업 비중은 지방은행까지 포함해 가장 낮았다. 기업은행은 총 대출액이 1조2501억원으로 신규거래기업 대출은 1621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혁신성평가에서는 순위가 낮았던 씨티은행의 신규기업 대출 비중이 높았다. 기술금융 56억원 중 33억원이 신규기업 대출이었다. 비중은 58%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총 기술금융 대출액 8042억원중 51%인 4103억원이 신규 대출이었다. 수협의 경우도 신규대출 비중이 75%였다.

전체 18개 은행들의 총 기술금융 대출액 5조8278억원중 신규기업 대출은 1조5751억원으로 27%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까지 7500건의 대출건수를 목표치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아직 기술금융 시장이 무르익지 않는 상태로서 실적 쌓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전국 영업점에서도 신규 고객을 찾을 볼 수 없으며 아무리 담보를 안보고 신용만 본다하더라도 리스크를 감안할 수 밖에 없다"며 "대상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유치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한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면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핀테크와 기술금융에 있어 현 정부가 밀어붙이긴 하지만 아직 시장 초기단계인 만큼 신규고객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했다.

실제, 은행권에서 기술금융 잠재고객을 찾기 위해 여러 단체와 업무제휴(MOU)를 시도하지만 은행 영업점에서 섭외하고 유치하려 뛰어다녀도 기술금융 업체를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와 다름없다. 

이에 신 의원은 "기술금융은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 맞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고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지원되도록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