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정책 유연성, 경기부양 시도 과정서 환율 갈등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미디어펜=김재현기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내리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가 1조1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QE) 조치를 시행을 발표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매파적 기조가 약화되고 있다. 캐나다, 이집트, 터키, 페루, 인도, 덴마트, 호주, 중국 중앙은행들도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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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글로벌 유가 상승과 그리스 불안 완화에 힘입어 닷새 만에 1960선을 회복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인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83포인트(0.55%) 상승한 1962.79에 장을 마감하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3.3원 하락한 1097.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뉴시스 |
각국의 금리인하 등 글로벌 통화완화가 타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금리 인하 정책에 따라 반대급부로 원화강세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우리의 통화정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매파적인 성향을 보인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중국 인민은행은 1년9개월 만에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금융기관들은 50bp 지준율 인하로 5000억 위안 정도의 유동성 확대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시중 통화량(M2) 규모는 지난해 12월 현재 123조 위안가량이다.
지급준비율은 금융기관의 예금총액에 대한 현금준비 비율이다. 지급준비금은 각 금융기관이 언제라도 예금자의 지급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예금총액의 일정비율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경우 경제주체들이 투자나 자산구입을 주저하고 현금보유비율을 높이게 되면 시중통화량이 축소된다. 이에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으로 승수효과를 통해 시중유동성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안기태 농협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의 현금보유비율은 2011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통화숭스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 차례 지준율 인하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인민은행은 이후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호주 중앙은행(RBA)도 18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기존 2.50%에서 2.25%로 25bp 인하하며 글로벌 통화완화에 동참했다. 호주는 이번 금리 인하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외적으로 주요 상품통화국인 캐나다, 노르웨이와 중국, 인도, 싱가폴 등 아시아국들의 통화완화 조치가 이어지며 호주도 금리인하 필요성이 커졌다. 안으로는 호주 수출 원자재가격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둔화되고 있어 디플레 방지를 위해 통화 완화조치가 불가피해졌다.
앞으로도 유럽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엔와 약세 전망,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위험 증가 등을 대처하기 위함이다.
골드만 삭스는 "달러화대비 유로화 약세가 내년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유로화가치는 0.90달러/유로(GS) 등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 스탠리는 "페루, 콜롬비아 등 원자재수출국 중앙은행들은 원자재가격 약세에 따른 수입 감소가 투자, 고용, 소득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대처하기 위해 금리인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BNP 파리바는 "향후 수개월 내 노르웨이,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 등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주요국이 통화완화를 단행한 상황에서 원화의 상대적 가치 절상으로 수출경쟁력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외환시장동향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1099.3원으로 전년말(1055.4원) 보다 43.9원이 상승했다. 원·엔 환율(100엔당) 913.1원으로 전년말(1002.1원)과 견줘 89.0원 하락했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053.1원으로 전년(1095.0원)에 비해 41.9원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996.6원으로 전년(1124.3원) 대비 127.7원 하락했다.
황재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 연준과 기타국 간 통화정책 기조 차이로 인해 달러화 강세 심화 등이 외환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며 "ECB 국채 매입 결정 등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 기대가 무르익는 가운데 금리 차익을 노리는 투기자금이 신흥국으로의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글로벌 외환 변동성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로 방어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1차적인 방어가 환율 안정이 아닌 물가통제인 만큼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희박해 보인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경기부양을 시키기겠다는 의지인데 간접적으로 통화약세를 유도하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원화시장에 파급영향이 생기기때문에 통화정책 환화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기본적으로 현재 금리 수준에서 우리경제의 펀더멘탈이 회복하는데 무리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