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As dead as a dodo" 문장 그대로의 해석이라면 '도도새처럼 죽은'이라는 의미이지만 이는 영어로 '잃어버린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비유하는 숙어로도 사용된다.
과거 들판을 뛰어다니던 '도도새'가 멸종해 지구상에서 다신 볼 수 없게 되며 이같은 비유적 표현이 생겨난 것이다.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보고 있자면 'As disappear as Korea's winter'라는 표현이 생겨나는 일도 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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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
가을-추위를 못 느끼는 나무, 늦어진 단풍
가을의 정취를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단풍’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길어진 여름과 짧아진 겨울 때문이다.
실제 기상청이 1912~2020년까지 날씨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여름은 20일가량 길어졌으며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과거 겨울의 계절 지속일은 109일 가량이었으나 최근 87일로 줄어든 것이다.
단풍나무는 추위가 느껴지면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잎과 가지 사이 단단한 차단막을 생성하며 월동 준비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나뭇가지와 뿌리를 지키기 위해 나뭇잎으로 가는 영양분이 막히며 나뭇잎의 초록 빛깔을 내던 엽록소가 파괴된다.
엽록소의 초록 빛깔이 사라지면 나뭇잎 세포 속에 있던 다른 색깔의 색소가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단풍이다.
미디어펜이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의 계절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유명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2020년 기준 1990년에 비해 3~10일 늦어졌다.
설악산의 경우 1990년 단풍 시작 시기가 9월 25일이었으나 2020년 9월 28일로 늦춰졌고, 소백산은 1990년 10월 8일부터 시작되던 단풍이 10월 13일로 늦어졌다.
오대산은 1990년 9월 26일에 시작됐던 단풍이 2020년 10월 6일로 미뤄졌으며, 지리산은 지난해 10월 15일에 단풍이 시작돼 1990년 10월 5일보다 10일 가량 늦어졌다.
일각에선 기후 변화로 2050년쯤엔 한반도에서 첫 단풍을 11월에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팀장은 “최근 진행한 연구결과 단풍이 시작되기 직전인 9월 평균 기온이 단풍 시작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이 길어지게 된다면 9월 평균 기온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단풍의 시작 시기가 지속적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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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계절길이 변화/그래프='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 |
겨울-사라지고 있는 겨울, 극한 추위는 더욱 심해져
종종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어 겨울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의문점이 생긴다. 분명 이따금씩 찾아오는 겨울의 매서운 한파는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따뜻한 겨울과 극한 기후 두가지 모두를 한반도에 데리고 온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겨울은 과거 30년(1912~1940년) 109일과 비교해 최근 30년(1991~2020년) 22일로 짧아졌다. 겨울이 차지하는 계절별 비중 역시 30%에서 24%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절기도 변화해 24절기 기운데 가장 추위가 심하다는 대한과 소한 역시 최근 영상 기온으로 바뀌었다.
연평균 기온은 과거에 비해 1.6도 올랐다. 10년마다 0.2도씩 상승한 것으로 겨울의 기온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한파일수도 과거에 비해 4.9일 감소했고, 결빙 일수 역시 7.7일 줄어들었다.
반면 겨울철 기온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1980년대 겨울철 기온이 급상승한 이후 최근 10년간 기온의 변동성이 비교적 큰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12년(-3.6℃), 2017년(-3.7℃)은 1981년 이후 겨울이 가장 추운 5년에 포함되기도 했다.
최다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주무관은 “겨울 기온이 크게 상승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의 특징”이라며 “추워질 때 더 추워지고 더워질 때 더 더워지는 극한기후 현상 역시 지구온난화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시나리오에 따르면 겨울은 점점 더 짧아지고 여름 비중은 점점 더 길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미래엔 극한 기후 변동성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 극한 기후 현상이 더 강한 강도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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