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회 경제부장/부국장
[미디어펜=김명회 기자] 7월말부터 8월초에 공모규모만 10조4000억여원에 달하는 기업공개(IPO) 대시장이 열린다. 이중에는 크래프톤이 4조원을 훌쩍넘는 공모를 진행하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2조5500억원, 1조6000억원에 이르는 공모를 실시한다. 이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SK바이오팜부터 시작해서 카카오게임즈에 이르기까지 예비상장사들이 공모가를 대폭 낮추면서 상장 후 공모가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 신드롬이 일었듯 이번에도 공모주청약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앞으로는 따상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야 할 것 같다. 기업들이 증시호황과 공모주 열기에 공모가를 크게 높여놔 묻지마 청약에 나섰다가 따상은 커녕 자칫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근 IPO를 실시했거나 앞둔 기업가치 수 조원 대 이상 대형 공모주 가운데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를 정정요구를 받은 기업이 SD바이오센서,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3곳에 이른다. 이후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낮춰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통과됐다. 특히 SD바이오센서는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나 정정해 공모가를 기존대비 30%나 낮췄다.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은 당초 글로벌 콘텐츠 업체 월트디즈니 등과 비교해 자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해 공모가 희망 범위를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가 거품논란이 일자 희망공모가를 40만~49만8000원으로 낮췄다. SD바이오센서는 공모가 희망 범위를 최초 6만6000~8만5000원으로 제시했다가 4만5000~5만2000원으로 낮췄다.

   
▲ 사진=연합뉴스

크래프톤의 경우 공모가 상단기준시 시가총액이 25조원으로 국내 게임 대장주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넘어선다. 따상에 성공할 경우 주가는 130만원, 시총은 65조원으로 치솟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데 상장 시 시총 12조5000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미국 페이팔과 스퀘어, 브라질의 파그세구로 등 외국 금융 플랫폼 기업 3곳을 비교대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로 볼 때 투자자들은 묻지마식 청약에 나서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상장한 SD바이오센서의 경우 첫날 종가가 6만1000원으로 최고 희망공모가 범위 6만6000~8만5000원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 전개됐다. 공모가 거품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 일례이다.

오는 26일과 27일 양일간 청약이 진행되는 카카오뱅크도 공모 희망가가 3만3000~3만9000원이다. 공모가 기준 최대 시총이 18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규모는 국내 4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각각 시총 14조원, 8조5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여기에 상장 후 따상에 성공한다면 시총 1위 금융지주사인 KB금융 23조3000억원의 2배를 넘기게 된다.

카뱅은 해외 4개의 디지털 금융사와 비교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7.3배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주들은 대부분 1배를 넘지 않고 미국의 인터넷은행들도 1.8배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공모 희망가다.

기업으로서는 공모에 나설 때 몸값을 높여 많은 자본을 조달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적정한 선에서 몸값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공모가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기도 하지만 청약시장의 과열 양상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투자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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