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세단·고급 세단 두 마리 토끼 한방에
고급전기차 시대 포문, 확연히 다른 모습의 전기차 전략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대한민국 고급차의 자존심 제네시스에도 드디어 전기차가 출시됐다. 제네시스 주력모델인 G80의 전동화 모델이다. 

G80 전동화 모델은 기존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이 아닌 내연기관차 G80를 베이스로 한 전기차다.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사진=미디어펜


기본 구조 측면에서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도 있겠지만 자동차의 본질과 기본기에 충실한 모델의 튜닝해 미래요소 전동화로 완성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성능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이 잘 마무리 해놨다. 

항속거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보다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400km이상 항속이 가능하고 안전편의사양은 기존 제네시스 G80의 것을 다 활용할 수 있다. 동력원만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구동되는 모터로 변경된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의 고급화를 실현시킨 모델이 제네시스 G80이다. 첨단 기술력과 정통의 노하우가 접목된 모델인 만큼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 확언할 수 없는 묘한 모델이다.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사용하지 않았으면서도 항속거리는 최장거리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SUV와 비슷한 모습이던 전기차와 달리 정통파 세단의 형태로 고급화까지 선언한 모델이 G80 전동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제네시스 G80 전기차를 직접 운전해 봤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가평군일대를 돌아오고 다시 복귀하는 90km로, 국도와 고속도로, 와인딩 구간까지 적절히 섞여있었다.

외관은 기존 제네시스 G80과 다른 곳이 없어 보인다. 다만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에서 냉각에 필수인 그릴을 대신해 대형 크레스트 그릴의 그물 패턴으로 디자인 요소를 부각시켰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그물 사이를 막아고 고급스러움은 살린 디자인 이다. 여기에 에너지원인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구가 숨겨져있다. 

전면 범퍼 하단부 디자인에서도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공력성능 개선을 위해 휠 에어 커튼을 적용한 탓이다. 그렇다고 그게 차의 인상을 크게 달라보이게 하진 않는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하이테크한 이미지의 운전석이나 넓고 편안한 뒷좌석도 내연기관 버전 G80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개별 디스플레이 등 고급 편의사양들도 빠짐없이 다 챙겨놨다.

전체적으로 G80을 원하는 이들이 파워트레인에서 전기차 트림을 선택할 수 있게 해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실제 모델명도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G80라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의 충전구는 프론트 그릴에 숨겨져 있다. /사진=미디어펜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도 기존모델의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가 적용돼 있다. /사진=미디어펜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걸걸한 엔진작동 음이 들리는 것이 아니다. 전원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알림음이 이를 대신하며 클러스터에 문구를 통해 작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에 탑승해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시트포지션을 개인체형에 최적화 하고 출발 준비를 해봤다. 내연기관의 G80와 시트포지션이 조금 높은 감이 있다. 내연기관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전기차라고 해도 차체 바닥면에 배터리를 배치되며 기존모델과 약간의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니 소리 없이 부드럽게 굴러간다. 

컴포트, 에코, 스포츠 등 3개 주행모드가 있는데 컴포트와 에코 모드에서도 큰 무리 없이 웅장한 G80를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힘을 보여준다. 딱 고급세단 특유의 정숙함과 편안한 승차감을 표현해 놓은 전기차 모델을 해당모드에서 체험할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릴 때 들려오는 엔진음까지 없다는 점은 조금 허전했지만 고급전기차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속에서 바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숙성이 놀랍다.

사실 전기차일수록 소음을 잡기가 더 어렵다. 내연기관차는 멋들어진 엔진 소리로 웬만한 풍절음이나 노면소음 따위는 묻어버릴 수 있지만, 엔진 대신 전기모터의 소음이 적기 때문에 더 많은 부분의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진동소음)를 신경써야 된다. 

전기차에서는 조금이라도 외부 소음이 있으면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G80는 고급세단인 만큼 흡차음재 등을 많이 사용해 나름 소음 차단에 노력했겠지만 그보다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 ANC-R(Active Noise Control-Road)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센서와 마이크로 노면소음을 실시간 측정, 분석해 스피커로 반대 위상의 소리를 내어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현대차의 NVH솔루션의 정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역시 넓은 뒷좌석 공간을 자랑한다. /사진=미디어펜


고속도로로 들어섬과 동시에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시트를 다시 정렬시키는 것이다. 옆구리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푹신하게 들어갔던 엉덩이부분의 바닥이 올라오며 마치 버킷시트와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움직임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마치 새로운 차로 갈아탄 듯한 느낌이다. 앞차와의 거리가 충분한 것을 확인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고성능 차에서 느낄수 있다는 뒤통수에 충격이 온다. 몸이 뒤로 젖혀지며 헤드레스트에 부딪친 것이다. 그만큼 가속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추월을 위해 차선을 옮기거나 곡선 구간에서의 핸들링도 컴포트 모드와는 전혀 딴판이다. 브레이크 반응도 즉각적이다. 특히 스포츠모드에서 회생제동시스템을 최고로 높여놓으니 특별히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없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강한 제동이 걸리는 것도 특이했다. 

와인딩구간에서는 주의를 요한다. 물론 제네시스 G80으로 서킷이나 험난한 와인딩구간에서 코너를 공략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동력성능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차가 또 제네시스 G80전동화 모델이다. 

부족함이 없는 힘으로 전구간에서 일률적으로 균둥한 힘을 쭉쭉 밀어주기 때문에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는 착각에 빠질 수 도 있을 것 같다. 더욱이 무게중심이 아래쪽으로 쏠려있어 승차감에서도 높은 강점을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하부에 배터리가 위치하며 무게 중심이 바닥으로 깔려있어 안정감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한번 트러진 무게중심에는 속수무책일 수도 있다. 당장 모터스포츠 경기인 F1과 Fe에서 발생하는 사고 차이만 찾아봐도 전기차에서의 사고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드라이버들이 모여 펼치는 경기에서도 사고가 발생하기는 마련이다. 특히 Fe에서는 더욱 이상한 사고들이 많이 발생한다. 무거운 배터리가 밑에서 붙들어주는 덕에 잘 빠져나가던 코너에서 갑자기 밀려 벽에 붙어버리는 사고들이 많다.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점을 넘어서며 발생하는 사고다.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은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장착되며 트렁크의 일부가 줄어들었다. /사진=미디어펜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에서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는 것이다. 즉 너무 잘 달려서 문제라는 것. 잘나가는 차라고 무조건 몰아붙이면 큰 사고로 연결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다양한 주행모드를 제공하는 것은 요즘 나오는 자동차들에게는 기본이다. 엔트리카인 아반떼에서도 이같은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처럼 확연히 색깔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클러스터의 에너지 흐름도가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컴포트·에코 모드에서는 후륜으로만 공급되던 전원이 스포츠 모드에서는 네 바퀴 모두에 공급된다.

G80 전기차에는 최고출력 136kW, 최대 토크 350Nm짜리 전기모터가 두 개 들어간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의 엔진이 달린 셈이다.

평시에는 하나만 구동되던 모터가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거나 경사를 오르느라 많은 힘이 필요할 때, 혹은 미끄러운 길에서는 두 개 모두 구동된다. 모터 두 개가 모두 구동될 때의 합산 최고출력은 272kW(약 370마력), 합산 최대토크 700Nm(71.4kgf·m)에 달한다.

185마력짜리 차가 한순간에 370마력짜리로 바뀌니 주행모드별로 차이가 확연한 게 당연하다.

G80 전기차의 동력성능은 G80 내연기관 모델 중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3.5 가솔린 모델(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f·m)과 비교해 최고출력은 거의 대등하고 최대토크는 훨씬 높다.

시승 당일 오전 G80 전기차 출시 발표와 함께 제원이 공개됐을 때 '어떻게 저 정도 동력성능을 내면서 한 번 충전에 427km를 주행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는데 그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효율 위주 주행 때는 후륜 전기모터만 사용하고, 퍼포먼스 주행 때는 두 개를 모두 사용하는 방식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나 달리는 재미 모두 충족시킨 것이다.

물론 스포츠모드로만 주행한다면 한 번 충전에 427km 주행은 어림도 없다. 에코 모드에서 303km가 남았던 주행가능거리는 스포츠모드로 바꾸니 곧바로 282km로 떨어졌다.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에는 프렁크를 대신해 전기모터가 위치한다. /사진=미디어펜


전기차로 길이 5m에 달하는 고급 대형 세단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때때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처럼 몰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끌린다.

G80은 '오너드리븐(직접 운전하는 차)' 세단임과 동시에 '쇼퍼드리븐(주인이 뒷좌석에 앉는 차)'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강점을 보유한 차다. 

G80 전동화 모델은 단일 트림으로 운영되며 가격은 8281만원이다. 가격이 6000만원을 넘는 만큼 보조금 전액 지원 대상은 아니며, 50%만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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