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금융사도 카뱅 시가총액에 밀려…디지털 플랫폼 구조개편 속도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업계 1위인 KB금융그룹의 시가총액 21조7052억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금융당국의 디지털 금융혁신을 등에 업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산분리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기존 은행과의 역차별 지적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에 맞서는 금융사들의 방어전략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둘러싼 금융권 안팎의 반응은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였다. 

카카오뱅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대형금융사들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눈으로 보여지는 수치가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상장 첫날인 지난 6일 카카오뱅크는 시초가(5만3700만원) 대비 29.9%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만9000원) 기준으로 79% 상승한 규모다. 이날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업계 1위 대형금융사인 KB금융그룹의 시가총액(21조7052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증권가에서 바라본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는 11조 초반대에서 최대 31조원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적정 시가총액을 공모가 기준 시총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던 SK증권(31조원)의 전망마저도 보란 듯이 깼다.

상승세를 타던 카카오뱅크 주가도 지난 10일엔 전날(7만8500원) 대비 9.04%(7100원) 하락한 7만1400원에 장을 마쳤으나, 11일에는 다시 올라 7만44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보다 더 불어난 35조347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금융사들을 위협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적용받아 금산분리 등 각종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은행업은 규제산업이라는 특성상 특히 정부 규제에 취약한 산업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혁신성장을 앞세워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지나친 호의를 베풀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본질은 은행업을 영위함에도 태생부터 정부의 특혜를 발판삼아 성장해 올 수 있었고, 이는 기존 금융사와의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금융사는 산업자본(비금융)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를 넘지 못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받는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특례법에 따라 산업자본을 34%까지 가질 수 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주인 있는 대형은행을 탄생시켰다.

김범수 의장이 대주주인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를 쥐고 있어 주인 없는 대형금융사들과는 달리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연임에 재연임을 연거푸 거듭한 결과 최대 5년인 금융사가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면, 카카오뱅크는 이 같은 제약에서 벗어나 긴 안목에서 과감하게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대형금융사들도 빅테크의 금융진출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피할 수 없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이자놀음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대형금융사들을 고객 편의를 우선에 둔 영업환경으로 변화시키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간 디지털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금융산업 구조재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이들의 규제 불균형 논란을 눈 감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음 회부터는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형금융사들이 구사하고 있는 전략들에 대해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