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내야하는 재산세·안내도 되는 지연손해금, 토지매수인에게 전가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산하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관할 토지 및 신도시 개발지역의 토지를 사들이는 등 불법 투기를 자행해, 온 국민의 질타를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16일 LH가 계약 시 약정한 토지사용 가능시기를 지연하고, 총 34필지 매수인들에게 그 지연기간 동안에는 납부 의무가 없는 ‘토지사용 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과 ‘재산세’를 부담시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6500만원을 부과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사진=LH 제공


이 사건은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시행에 따른 이주자 등에게 ‘이주자택지 및 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해 개발사업은 LH가 사업시행자가 돼, 김포시의 지역발전 및 자족적 신도시를 조성할 목적으로 추진됐는데, 애초의 사업기간은 2006년 12월 13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로 예정돼 있었다.

LH는 2008년 12월 말경 이주자 등과 ‘선분양 후조성 및 이전’ 방식으로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토지사용 가능시기는 2012년 12월 31일)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의 단계별 사업준공 구역./사진=공정위 제공


이후 개발사업 부지조성공사 도중에 문화재 발굴 등이 지연됨에 따라 사업계획이 변경돼, 계약상의 토지사용 가능시기도 1년 4개월간 지연됐다.

그럼에도 불구, LH는 실질적인 토지사용가능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계약서 문구대로만 매매대금, 재산세 등의 납부를 강제한 사건이다.

LH는 약정한 토지사용 가능시기를 1년 4개월 간 지연했음에도, 그 지연기간에도 매매대금을 연체 중인 총 34필지 매수인들로부터 지연손해금 또는 대납 재산세 명목으로 총 9억 4800만원을 수취했다.

LH는 2013년 1월 23일부터 2016년 4월 26일까지 34필지 매수인들에게 토지사용 가능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기간에는 발생할 수 없는 약 8억 9000만원의 ‘토지사용 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과, 자신이 납부해야 할 약 5800만원의 재산세를 부담시켰다.

지방세법상 재산세는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한 자가 부담하는 바, 계약상 토지사용 가능시기가 지연돼 토지를 사용할 수 없는 기간 동안에는, 그 토지들의 재산세를 LH가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는 LH의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거래상대방(관련 토지 매수인들)에게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관련 계약 조항들(지연손해금, 제세공과금 부담)은 LH의 이 사건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 가능시기의 이행을 전제로 한 것으로, LH가 계약상 의무인 토지사용 가능시기를 이행하지도 않고 ‘토지사용가능시기 이후 지연손해금’ 또는 ‘재산세’를 그 매수인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계약 이행과정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했다.
 
또한, LH는 사전에 이 사건 대상 토지들의 실제 토지사용 가능시기가 지연될 것임을 알았음에도, 매수인들에게 즉시 그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도 않았다.

   
▲ 이주자택지 잔금연기요청에 대한 거절 회신 공문./사진=공정위 제공


공정위의 조사결과, LH는 계약상 토지사용 가능시기의 지연을 예상한 일부 매수인의 정당한 잔금 납부 연기 요청을 거절하고, 안내문을 통해 계약상의 토지사용 가능시기 이행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것처럼 매수인들을 기망했다.

뿐만 아니라, LH는 토지사용 가능시기 지연 시 적용되는 내부규정상의 각종 의무절차나 후속조치(재산세 또는 미납 잔대금의 토지사용 가능시기까지 연기 등)를 전혀 준수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LH는 매수인들에게 토지사용 승낙서 발급 신청(토지사용 가능시기의 지연으로 인한 건축 착공 등, 토지사용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는 조건)을 유도해 민원 발생, 지연책임 소재, 대금 회수 지연 등 각종 문제를 회피하고 전가했다.

공정위는 LH의 이번 행위는 공공 택지개발 시장에서 독과점적 사업자로서 자신이 사업시행자가 돼, 전국에서 시행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공급 과정에서 개발사업 관련 정보를 독점하는 지위나 상황을 이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 사건과 동일 또는 유사한 형태의 불이익제공행위를 계속적·반복적으로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장기간 문제가 되고 있는 ‘선분양 후조성ㆍ이전’공급방식과 관련하여, 공기업 사업시행자의 갑질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위 관계자는 “LH에 대한 이번 제재를 통해,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지자체 도시공사 또는 개발공사의 업무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택지 분양 계약 후 그 이행과정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덧붙여 “공기업의 계약서 내용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 및 적용으로 인해 거래상대방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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