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도 아이를 기르도록 강제한 한국의 보육정책
- 보육정책에 내포된 도덕적 문제 제기 및 해법 모색 -
1. 열며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국가가 나서는 일이 늘고 있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상정한 뒤 해결사를 자처해 해법을 내놓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정책을 쏟고 있다. 길을 잘못 든 게 뻔히 보여도 공공성을 앞세워 이미 출발해버린 탓에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다. 보육정책도 마찬가지다. 보육에 ‘정책’이란 단어가 붙은 것부터가 문제다.
가족공동체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 가능한 보육의 영역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할 당위적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국가가 보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억지 주장은 정책적으로 채택되고 확대됐으며 보편적 복지의 붐을 타고 더욱 공고해졌다.
국가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통해 보육정책의 정당성을 구하고 있다.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자녀에게 동일한 보육(교육)기회를 갖게 하겠다. ▷여성의 출산율을 높이고 경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보육의 부담을 줄여주겠다. ▷보육을 국가의 의무로 삼고 보편적 복지의 실현을 위해 전 계층을 지원하겠다.
제시된 보육정책의 목표가 과연 정의롭고 합리적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육정책은 정의롭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앞서 발제자를 통해 밝혀진 무상보육의 논거에 대한 허구성을 토대로 보육정책에 내포된 도덕적인 문제를 짚어 보고, 자유주의 관점에서 근본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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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주 어린이집 바늘 학대./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
2. 보육정책에 내포된 도덕적 문제
1) 보육은 누가 해야 하나
출산은 가정에서 선택한 일이다. 그에 따른 보육의 책임은 선택의 주체인 가정 즉, 사적 영역에 있다. ‘아이를 낳아줬으니 다음은 국가가 책임지라’는 말은 본인이 낳은 아이를 두고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과 같다. 누구를 위해 낳아준 자식이며, 누구더러 키우라는 것인가. 보육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는 자는 자기 자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너를 낳은 것은 우리들이지만 너를 키워줄 부모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다“ 이는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만일 본인이 자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없고,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자기 방식대로 아이를 기르겠다고 한다면 국가에 대고 보육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요구는 스스로 져야 할 보육의 책임을 타인에게 강제로 지게 하는, 사회적으로 부도덕하고 자식에게 낯부끄러운, 행동이다. 어려운 계층에게 한시적이고 부분적으로 필요한 공공보육을 재산과 소득에 관계없이 해당 나이의 자녀만 있으면 모두 데려다 키워주겠다는 정책은 발상 자체로 위선적이다.
2) 보육료는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가는가
‘정책’이란 단어가 달갑지 않은 이유는, 세금이 들기 때문이다. 보육정책에도 어마어마한 예산이 편성돼 있다. 지난 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보건복지부 예산 중 3조가 넘는 돈이 바로 영유아보육료지원금이다. 자녀의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은 소득의 일부를 보육료로 약탈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득세는 환급 받을지언정 소비세는 물건을 살 때마다 낸다. 그렇게 걷힌 세금이 보육예산으로 쓰이고 있으니, 아이도 없는 미혼인 필자가 남의 가정에 양육비를 대는 꼴이다.
기혼자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데 미혼자의 돈을 빼앗아 보태주는 정책이 과연 정의로운가.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모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자를 돕는 게 복지정책의 원래의 취지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미혼인 빈자의 소득을 갈취해 기혼인 부자의 자식까지도 기르고 있는 셈이다. 홍길동과 로빈훗도 이렇겐 안했다.
보육 수당을 받고 있는 가정은 세금을 내고 있는 미혼자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워하는가. 달라고 한 적 없는 수당을 알아서 쥐어주는데 누구에게 고마워하겠는가. 이런 지원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안면을 몰수하고 공짜에 익숙해진다. 현재와 같은 보육예산은 그 출처와 수혜자를 놓고 볼 때, 국가가 국민으로 하여금 수치를 모르고 뻔뻔한 자들이 되길 독려하는 강력한 유인이다.
3. 보육정책의 자유주의적 해결 방안
1) 현실적 방안 : 재산권 인정
하이에크는 “소유가 없는 곳에는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육기관에서 부실급식, 아동학대 등의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기관의 사적인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하지 않으면 곧 이익이 줄어든다는 보육기관 소유주의 경각심만이 그로 하여금 가장 효과적이고 자발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게 할 것이다. 보육기관의 소유주가 국가라는 말은 시설의 주인이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국가는 노력해서 수익을 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코 시설 사용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보육정책을 통해 얻을 정치적 이익, 표를 염두에 둘 뿐이다. 국공립과 민간으로 이름을 달리 붙였을 뿐 보육시스템의 통제권은 전적으로 돈 줄을 쥔 국가에 있다. 이런 국가독점 보육서비스 하에서 안전은 늘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민간 보육기관의 설립 및 운영 자율성 보장, 국공립 보육기관의 점진적 민영화, 보육기관의 사적 소유 및 영리 추구 행위 인정 등, 앞서 발제와 토론에서 논의된 내용에 이견이 없다. 공급자의 재산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그에 따른 운영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만이 보육시설 사용의 주체인 부모의 선택권과 보육의 다양성을 확보해 현재 보육기관에서 보이는 문제를 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해결하게 만들 것이다.
2) 자유주의 관점에서의 궁극적 지향 : 정책평가를 통한 예산환급 시스템 도입
“중앙정부가 주민들 중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를 결정할 필요도 없거니와, 또 그렇게 되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중략) 이미 정부당국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새로 민간업자가 참여하는 것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사실상 독점권을 행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공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거두었지만 주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금을 환급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어야 된다.”
정부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공공형 어린이집 도입 정책을 발표한 것은 하이에크가 정부 독점 서비스를 경계하라고 한 것과 전적으로 대비된다.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없고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방식을 정부는 지속적으로 확대시켜나갈 방침인 것이다.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평가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하다. 단순히 책정된 예산에서 얼마가 남았다거나 모자랐다는 식으로 평가가 끝나선 안 된다.
정책 목표 달성 여부와 수단의 적합성 여부를 따져, 필요한 경우 정책을 무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국민이 세금납부를 거부함으로써 가능할 것인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하이에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국민에게 되돌려주지 않더라도 해당 정책에 더 이상 세금이 들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 정책평가를 통한 재정환급 시스템이 필요하다.
4. 맺으며
"사회가 평등할수록 선천적 요소가 중요해진다는 사실에는 커다란 모순이 내포돼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 사회는 신장과 체중의 유전율이 높을 것이다. 빈부 격차가 큰 사회는 체중의 유전율이 낮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는 사회에서 좋은 직업은 선천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가는 보육시장을 닫았다. 매트 리들리의 지적대로 보육정책이 설정한 구체적인 목표를 통해 평등의 가치를 실현시키려고 할수록 역설적으로 결과적 차이는 커지고 공고해질 것이다. 또한 그 수단으로 보육과 관련이 없는 사람의 소득을 빼앗아 특정수혜자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부도덕하기까지 하다. 나아가 정책의 수혜자로 여겨지는 영유아의 부모들도 시장에서라면 누릴 수 있었을 질 좋고, 안전하고, 실질적으로 더 저렴한 보육서비스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국가가 국민의 보육을 걱정한다면 민간 보육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소유와 영리를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라. 그것만이 현재 보육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궁극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그 이상은 국민에 대한 걱정과 의무를 빙자한 국가의 간섭일 뿐이다. 이제 그만 국가의 품에서 보육서비스를 떠나보내라. /이유진 프리덤팩토리 기획팀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에서 주최한 '정부의 공장형 보육정책, 언제까지 내 아이 맡겨야 하나' 토론회에서 이유진 프리덤팩토리 기획팀장이 발표한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