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13시간 릴레이 회의 끝 차수변경…국힘, 반발 끝 자진 퇴장
수술실 CCTV법·사립학교법·기후위기대응법 등 '새벽 4시' 처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오후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들을 최종 통과시키기 위해, 이날 새벽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오후 3시부터 13시간 동안 릴레이 전체회의를 갖고, 일방적인 차수변경 등 의결을 강행하는 끝에 25일 오전 3시 54분 언론중재법 개정안 의결을 끝으로 회의를 마쳤다.

24일 오후 국민의힘의 피켓 반대 속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0시 자정이 가까워지자 산회하고 차수변경에 나섰다.

   
▲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는 일방적으로 차수변경을 강행했다.

국민의힘측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았지만 법사위 전체회의는 자정을 넘긴 25일 오전 0시 40분경 개의했다.

법사위의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전체회의가 개의하자 "쟁점과 갈등이 얼마나 많은 법인데 논의하지 말고 표결만 하자는 것이냐"며 "이러한 의사 진행에 더 이상 협조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법사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부 퇴장했으나, 민주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를 그대로 진행했다.

민주당은 이날 소위 '언론재갈법'으로 불리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롯해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는 의료법 개정안 등 여러 쟁점 법안들을 줄줄이 처리했다.

우선 이날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그 대상은 언론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적용된다.

법원이 이를 추정하게 하고 피고에게 입증 책임을 씌우는 등 여러 독소조항이 꼽힌다.

의료법 개정안 또한 이날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처리했는데,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측이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내용이다.

다만 보건복지부 시행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병원측이 녹화를 거부할 수 있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처리한 또다른 쟁점법안으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기후위기대응법,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방지법) 개정안이 꼽힌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 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고, 기후위기대응법은 오는 2030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인앱결제방지법은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타사의 앱 결제 수단을 자사 앱마켓에서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막고자 발의된 것으로, 우리나라는 이번 법 통과로 전세계에서 인앱결제를 규제하는 첫 국가가 됐다.

민주당이 이날 새벽 단독으로 법사위를 통과시킨 쟁점 법안들은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최종 통과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열릴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단 회동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를 들어 안건 상정을 반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안건이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진행할 수 있다.

가장 큰 쟁점법안으로 꼽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경우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