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힘 약한 처분에도 불구 "존중한다" 논평
사실상 종전 선언에 오히려 '칼자루' 쥐어준 국힘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권익위원회가 쏘아올린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의 여파가 더불어민주당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을 지나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보다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는 당초 공언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를 내렸음에도 ‘존중한다’는 다소 이례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소영 대변인은 국민의힘 조치가 발표된 뒤 2시간30여분 만에 “국민의힘의 신속한 결정과 조치를 존중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국민 앞에 부끄럼 없는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부동산 전수조사를 둘러싼 정쟁의 ‘종전’을 선언한 셈이다. 이는 앞서 권익위 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돼 탈당 권유를 받은 민주당 의원 12명 중 출당한 비례대표 2명을 뺀 10명이 당적을 그대로 보유 중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 12일 오후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회동을 가졌다./사진=국민의힘 제공

특히 탈당 거부자 5명 외에 탈당계를 낸 5명의 서류조차 처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송영길 대표는 탈당계를 낸 윤재갑 의원이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자 SNS에 "당 복귀를 환영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권유 철회'를 했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처음에 송영길 대표가 탈당 권유를 했다가 흐지부지됐다"며 "자꾸 정치를 그렇게 '보여주기' 식으로, '쇼'처럼 하는 건 마뜩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우리 당의 탈당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확전은 향후 대선을 앞두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이라면서 “사태를 끌고갈수록 불리한 것은 집권여당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의 사후조치를 비판할 만한 명분이 약해진 상황에서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가 '내로남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당초 이 대표가 공언했던 고강도 조치가 무색하게 절반의 ‘칼’만 휘둘렀다. 오히려 의석수 비율로 따져보면 민주당보다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여권에서는 일부 유력 대권주자 캠프에 소속된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에서 “이 대표가 약속한 ‘여당보다 더 강한 조치’는 공염불이 됐다”면서 “탈당 요구와 제명 처분으로 시선을 돌리고 남은 6명은 살리겠다는 뻔한 수”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부동산 의혹) 12명 중 5명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있다"며 "3명은 어제 캠프 직책에서 사퇴하고 2명이 남아있다. 당사자가 버티는 건지 윤 전 총장이 꽉 잡고 놔주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정의 타령하던 윤 전 총장은 캠프의 부동산 의혹부터 밝혀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 내외 사저·경호 시설 공사 현장 주변에 '사람 사는 마을 평산, 문재인 대통령님 반갑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2021.5.2./사진=연합뉴스

다만 이 대표가 제시한 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공개와 ‘부동산 의혹’을 받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 전격 사퇴라는 강수를 둔 것은 민주당에게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권익위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민주당은 명단을 공개했을 뿐 세부 내용이 담긴 문건을 비공개에 부쳤지만, 국민의힘은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원문을 그대로 공개했다.

이 대표는 “권익위가 민주당에 적용했던 잣대와 국민의힘에 적용했던 잣대, 그리고 김의겸 의원에게 적용한 잣대가 공정했는지 국민은 확인해야 한다. 잣대가 고무줄이었다면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부모님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도 난제다. 

국회법상 회기 중에는 무기명 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다. 즉,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윤 의원의 사퇴 여부는 민주당 손에 달린 셈이다. 결과에 따라 ‘내로남불’ 내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윤 의원에게 제기된 ‘농지법 위반 의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제기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부지 매입 과정에 농지법 위반 논란 의혹을 제기했고, 문 대통령은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와 관련,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25일 윤 의원의 사퇴를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에 대해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