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주도 코리아 H2 서밋 발족…수소경제 활성화 기대
공급-수요-인프라 영역까지 생태계 구축위한 노력 가속화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갈수록 심해지는 환경문제로 인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이 어이지고 있다. 이중 가장 효과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탄소배출을 상쇄시키는 방안이 거론 돼 왔다. 

이에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수소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고 현재 선두그룹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회장. /사진=미디어펜


한국 역시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는 보습은 보여 왔지만 구심점이 없어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출범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국내 15개 주요 기업들이 '수소사회 구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놓고 각자의 역량을 총동원하기 위해 뭉쳤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경기도 파주 킨텍스에서 개막한 수소산업 전시회 '수소모빌리티+쇼'에서 국내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15개 회원사로 구성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각 회원사 최고경영자 및 기업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창립 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의 출범 회원사는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이수그룹, 일진, E1, 고려아연, 삼성물산 등 15곳이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현대차그룹·SK그룹·포스코그룹 3곳이 주도해 이번 출범을 준비해왔다. 이들은 지난 3월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논의된 대로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이에 최고경영자 협의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후 효성그룹까지 참여 의사를 밝혀 4개 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출범을 공식화하는 데 합의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설립이 닻을 올리며 국내 수소경제 전환과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수소 산업 진출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회원사 간 수소사업 협력 추진 △수소 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 데이 개최 △해외 수소 기술 및 파트너 공동 발굴수소 관련 정책 제안 및 글로벌 수소 아젠다 주도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확산 및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초기 멤버인 현대차·SK·포스코 3개 그룹이 공동의장사를 맡고, 현대차그룹이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회의체를 대표하는 간사를 맡아 수소 관련 사업을 영위하거나 투자를 계획하는 기업들과 함께 뜻을 모았다. 

현재까지 정회원으로 가입된 협의체는 총 15개 회원사로 구성됐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외연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15개의 회원사들은 매년 9월 총회를 열고 관련 주요 이슈 및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또한 회원사들은 정기모임을 갖고 기술, 정책, 글로벌 협력 등 3개의 분과별 중점 협력과제를 선정하고, 집중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세부 추진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또한 매년 상반기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투자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정기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국내외 투자자들을 초청, 수소 관련 투자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 자율주행기술력과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접목된 트레일러 드론이 전시장 내부를 회전구간을 돌아나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최근 글로벌 주요국들은 자국의 탄소중립 달성과 미래 먹거리 발굴 및 글로벌 수소 패권 확보를 위해 국가수소전략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수소의 가치에 주목하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소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현재 전세계적으로 900여 개의 수소 관련 프로젝트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수소 생산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대형화되는 기가팩토리 건설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지리적인 여건이 불리하고 수소 산업 대부분이 활용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 저장, 운송 등 영역은 뒤쳐져 산업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공급, 수요, 인프라 영역의 다양한 기업들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가치사슬 전후방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줄여 나가는 데 집중한다. 

이미 현대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 주도로 2030년까지 수소 생산, 유통·저장, 활용 등 수소경제 전 분야에 4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으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의 발족을 통해 수소경제 활성화는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우선 해외수소 생산-운송 영역으로 진입하여 주도적이고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확보에 주력한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수소 공급원의 다양화, 자립적 수소 공급망 구축을 궁극적인 대응전략으로 수립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6월 출범한 그린수소 해외사업단의 해외 청정수소 수입 계획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서밋을 통한 차세대 수소 기술의 광범위한 센싱, 투자 확대로 수소액화, 수소액상화, CCU 등 향후 수소 경제의 핵심기술 조기 확보에 나선다. 이를 위해 최적의 해외 파트너와 연계해 투자 및 협력 대상을 물색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수급 및 투자 공유를 통한 산업 경쟁력 집중과 장단기 수요 창출을 위한 대정부 정책 제안도 도출한다. 

탈탄소의 핵심 수단으로서 수소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궁극적으로는 개별 단위의 기업 경쟁력은 물론 기업, 정책, 금융 부분이 하나로 움직여 구성하는 산업생태계의 완결성과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총회에 참석한 15개 회원사 최고경영자 및 기업대표들은 수소모빌리티쇼 행사장을 둘러봤다. 

   
▲ SK E&S가 함께 하는 미래수소사회. /사진=미디어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회원사 중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일진그룹 등이 참여한 이번 수소모빌리티쇼는 수소모빌리티, 수소충전인프라, 수소에너지까지 국내외 수소산업 생태계 전반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됐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향후 추진해 나가야 할 핵심 이니셔티브들을 구체화해 나갈 분과위원회에서는 우리 수소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열린 창립 총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적인 발전이 늦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전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할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개별 단위의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업, 정책, 금융 부분을 하나로 움직이는 역할을 함으로써 수소산업 생태계의 완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리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수소경제 사회 구현을 위한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50년 △수소와 관련된 산업 분야에서 연간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 가치가 창출되고 3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며 △수소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수요량의 18%를 담당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매년 60억톤 가량 감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글로벌 선진국들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수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